올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 리그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팀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EPL과 라리가가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전멸한 가운데 프랑스 리게앙이 ‘파머 리그’라는 오명을 벗을 기회를 잡았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는 단판전의 짜릿함을 보여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8강전부터 포르투갈에서 단판전이 펼쳐졌고 이는 예상밖의 결과들을 낳았다.
파리 생제르맹은 아탈란타를 상대로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놓고 0-1을 2-1로 뒤집었다. 황희찬 소속팀 라이프치히는 최근 준우승 2번을 기록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압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바르셀로나를 8-2로 완파했고 리옹은 맨체스터 시티를 3-1로 꺾으며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리옹은 16강에서 세리에A 우승팀 유벤투스도 제압했다. 이 팀이 올시즌 리게앙 7위팀인 걸 감안하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4강전은 파리 생제르맹과 라이프치히, 바이에른 뮌헨과 리옹의 대결로 압축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2팀(뮌헨, 라이프치히)과 프랑스 리게앙 2팀(파리, 리옹)이 살아남은 것이다. 이른바 ‘독프전쟁’이 발발했다. EPL, 라리가 팀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지 못한 건 24년 만의 일이다.
유로파 리그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4강전이 진행 중인 유로파 리그에서는 세비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1로 꺾으며 결승에 안착했다. 맨유의 패배로 EPL 팀은 챔피언스리그, 유로파 리그에서 전멸했다. 세비야는 두 대회 유일한 라리가 팀으로 생존했다. 리옹이 맨시티를 꺾었을 때 파리의 공격수 킬리앙 음바페가 “파머 리그”라는 트윗을 달아 리옹의 승리를 축하했다. 그가 같은 리그 경쟁팀이지만 리옹을 축하한 건 파리와 리옹이 ‘파머 리그’라는 오명을 씻을 기회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파머 리그’는 상대팀이 쉽게 이길 수 있는 리그를 말한다. 프랑스 리게앙은 그동안 4대 리그(EPL, 라리가,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 끼지 못했다. 리게앙 팀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993년 마르세유가 마지막이며 결승에 오른 팀은 2003-2004시즌 AS모나코가 끝이다. 최근 몇 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던 파리는 이번 시즌 26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게 됐다.
반면 EPL과 라리가 팀은 최근 10년간 챔피언스리그를 지배했다.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 2011-2012시즌 첼시, 2013-2014시즌 레알 마드리드,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 2015-2016시즌부터 3연속 레알 마드리드, 2018-2019시즌 리버풀까지 10년 사이 9번을 EPL, 라리가 팀이 우승했다. 이에 이번 시즌 EPL, 라리가 팀의 4강 진출 실패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리게앙이 발전했다고 100% 확신할 순 없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는 8강부터 단판 중립경기라는 변수가 있었고 리게앙은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리그에 앞서 조기 종료했다. 경기 감각은 떨어질 수 있어도 체력적으로는 다른 팀보다 앞설 가능성이 높았다. 다음 시즌에도 리게앙 팀들이 올시즌과 같은 성적을 낸다면 EPL, 라리가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파리와 리옹에겐 구단 첫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빅 이어’가 필요하다.
4강에 오른 네 팀 중 유력한 우승 후보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뮌헨은 바르셀로나를 8-2로 완파했다. 바르셀로나가 8실점하며 패한 건 1940년대가 마지막이다.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뽐내는 뮌헨도 단판전의 희생양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토너먼트 단판 중립경기는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기적을 보여준 파리, 리옹이 리게앙의 자존심을 걸고 ‘파머 리그’의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