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퀴리'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 온오프라인으로 뜨거운 관심을 얻고있다. 여성서사를 내세운 작품인만큼 마리 퀴리 역을 맡은 옥주현과 김소향 등 여배우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그들을 빛나게 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배우 김찬호가 또 한번 루벤 뒤퐁 역을 맡아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김찬호는 지난 공연에 이어 또 다시 루벤 뒤퐁 역을 맡았다. 루벤은 라듐을 이용해 이윤을 얻으려는 사업가다. 초반에는 라듐의 이점을 발견하고 마리를 적극 지원하며 조력자의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생활이 어려운 안느와 공장 직원들에게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이번 '마리 퀴리'는 공연의 규모가 커지고, 서사도 풍부해졌다. 당연히 캐릭터 역시 조금씩의 변화를 맞았다. 김찬호는 "'라듐 파라다이스' 넘버의 변화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의상을 비롯 전체적인 장면이 많이 밝아지고 안무도 많이 추가됐거든요"라며 루벤이 맞은 변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상적인 모습의 인정많은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난다. 선악의 개념을 이윤만을 우선시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 혹은 사업가로서 마리와 대립하게 된다. 김찬호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루벤은 대의를 위해서 어떤 부분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에요. 자신의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 인류의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사업가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월 초연 당시 공연 중반부에 이르러서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 색다른 것을 드릴 수 없을까 하고 고민도 했어요. 지난 공연에서는 후반부에 라듐 노출에 의한 부작용을 겪는 모습을 조금씩 보여드렸었는데, 이번에는 라듐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말 그대로 사업가, 라듐이 줄 수 있는 경제적인 이점에 집중하는 루벤으로 그려보고자 했죠. 그렇지만 마냥 악역은 아닌 인물임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악의 방향이 불분명하기에 연기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김찬호는 베테랑 배우답게 루벤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연기해내고 있다. 하지만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과 인사를 나눌때면 '그 루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익살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 김찬호와 루벤 뒤퐁의 갭 차이를 어떻게 메꾸며 연기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인간 김찬호로서는 루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어요. 저는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서요.(웃음) 루벤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더 데블스 애드버킷'이라는 영화에 존 밀튼 역을 맡은 알 파치노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데블스 애드버킷'은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악마의 변호인'이라는 뜻이거든요. 루벤이라는 사람을 통해 마리 퀴리가 더 빛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같아 기쁘게 임하고 있죠"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라이브, 알앤디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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