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만든 가족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배우 김선영이 남편 이승원 감독과 함께 영화 '세자매'를 완성시켰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과 함께하니 김선영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 돋보인다.

"남편과 영화적 취향이 거의 비슷해요. 신기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고요. 웃음코드가 잘 맞아요. 남들은 안 웃긴데 우리 둘만 웃기도 해요. 극단나베에서 같이 작업하면서는 10년넘게 호흡을 맞춰어요. (연극과 영화라는) 매체는 다르지만 작업자로서 이미 굉장히 오래 작업을 했기에 이번에도 편안하고 행복했어요"

'세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선영은 과하게 소심하고 착해서 바보처럼 보이는 첫째 희숙 역을 맡았다. 

반면 인터뷰를 통해 보인 김선영의 모습은 희숙과는 전혀 딴판이다. 과감하고 당차다. 실제로는 "허당에 낯가림도 있고 친해지고 풀어지면 활발해지기도 한다"는 김선영. 자신과 다른점이 더 많은 희숙을 그리도 잘 표현해냈으니 연기의 비결이 뭘까 궁금해진다.

"연기를 할때 제일 먼저 캐릭터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걷는지,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얼굴 화장은 어떻게 하는지 하는 것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요. 돌아다니고 생각하면서 매칭시키려해요. 주관적으로 정해지면 그 인물이 그려져요. 그렇게 접근하는 거죠" 

"희숙도 46년을 살아온 김선영만의 데이터 안에서 조합하고 영감을 받으면서 완성됐어요. 제가 예전에 영덕에서 살았는데 시장에서 가끔 뵙는 분이 계셨어요. 서울에서 이사와서 오래 산 사람,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동네분이면서 외지인같은 그런 아줌마가 떠올랐어요.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면 관객들은 희숙의 태도에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답답함을 토로하게 된다. 그가 가진 어린시절의 상처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지만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선뜻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김선영은 희숙이 그런 성격을 보이는 것을 '방어기제'로 설명했다.

"희숙은 힘들때 도피하고 회피하고 부인하는 것 같아요. 힘든게 일상화되면 무감정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희숙도 본능적으로 그냥 웃고, 조금 힘들어지려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괜찮다고, 잘못했다고 하는 식으로 자신을 낮춰버려요. 그렇게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우리도 늘 그렇진않지만 언젠가 한번씩은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걸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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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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