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유태오는 독일 쾰른 출생으로 1970년대 중반 파독 광부와 간호사를 모집할 때 돈을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난 부모님과 함께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 뒤 한국으로 오게 됐고 ‘새해전야’에서 독일어 대사까지 하게 됐다. 래환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그가 눈길이 갔던 다른 캐릭터, 스토리가 있었을까.

“원래 한국어로 돼 있었는데 캐스팅되면서 감독님이 저한테 맞춰 각색하셨어요. 독일 교포 출신이고 독일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잘한다는 설정을 해주셨죠. 영화 속 래환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독일말을 제가 직접 번역해 준비했어요. 긴 대사를 독일어로 한 건 처음이었어요. 예전에 독일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건 자작극이었고 다른 작품에서 독일어를 이렇게 길게 한 건 처음이었어요.”

“시나리오에 나온 배경 설정을 봤을 때 유연석, 이연희 씨가 나온 이야기가 욕심났어요. 아르헨티나를 가잖아요.(웃음) 취향적인 면에서는 이동휘 씨 커플이 마음에 들었어요. 동휘 씨가 연기를 했으니 유쾌했지, 제가 연기했다면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을 거예요. 그 스토리를 읽었을 때 완전 ‘만추’ 같은 멜로 느낌이었는데 동휘 씨가 색다르게 표현했더라고요. 제가 놀랐던 건 김강우 선배님이 연기를 너무 귀엽게 하신 거였어요. 영화의 밸런스를 김강우 선배님이 잘 잡아주셨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형사 역할을 맡아도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예능에서 유태오를 볼 수 있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가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니키리와 14년차 부부 일상을 공개해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전참시’ 출연이 일상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라는 그가 방송 출연 후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는 제 모습을 보는 게 쑥쓰러워해요. 그순간에 진솔하게 드려내려고 하니까 부끄럽죠. 다들 좋아하시더라교요. ‘전참시’에서 하몽 만드는 걸 보여드렸더니 하몽도 먹어보고 싶다고 하고요. 제가 하몽을 2년 반 전부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언제 대접할 거냐고.(웃음) 코로나 때문에 집으로 초대를 못해서 아쉽죠. 언젠가 라자냐, 하몽을 한번 맛보게 해주고 싶어요.”

“’전참시’를 하고 나서 제 인스타 팔로워 수가 늘어났는데 그전에는 80% 이상이 여성분들이었고 방송 후에는 90%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남자분들이 빠져나간거죠.(웃음)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분들, 남자친구분들이 한숨을 쉬셨대요. ‘어떻게 하면 대중을 다 잡을 수 있나’ ‘남자분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독일 출신, 교포. 그에게 붙는 수식어다. 외국어를 잘해 교포 느낌 나는 배역을 많이 맡았고 이런 특징이 장점이자 배우로서 다양성을 막기도 했다. 하지만 유태오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무한한 발전을 이루길 바라고 있다. 운명적으로 다가온 배우라는 직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가 원하는 건 대중에게 유태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에서 살았을 때부터 제 환경이 섬세한 무언가에 접근할 만하지 않았어요. 광부 노동자 2세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털털하게 운동을 좋아하게 됐고. 연기가 저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이상하게 좋아하게 됐어요. 운명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를 살려준 직업이죠. ‘레토’ 이후 최근 2-3년은 인지도를 높이는, 프로페셔널한 게 무엇인지 저한테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이었고요. 여러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사이에 많은 캐스팅 제안이 와 감사했어요.”

“교포 느낌 나는, 비슷한 캐릭터의 캐스팅 제안이 많이 들어올 때가 있어요. 교포 전문 배우가 되는 게 두려워요. 대중적이지도, 보편적이지도 않으니까요. 배우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잖아요. 한국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저의 바람이 있고요. 동양적 섬세함과 서양적 매력을 어떻게 한몸에 담고 싶어요.”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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