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방송 중단은 정말 ‘끝’일까.

SBS 측이 ‘조선구마사’ 2회 방송 만에 방영권 계약해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다. 수습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초유의 방송 중단 사태는 시청자들의 직접 행동에서 비롯됐다. 사극이나 시대물에서 필연적으로 여겨져 왔던 고증이나 역사 왜곡 논란 사태와는 전개가 달랐다. 특히 전작인 ‘철인왕후’에서도 철종 희화화, 조선왕조실록 폄하 논란에 휘말린 박계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비난이 더욱 거셌다.

시청자들은 각 기관에 적극적으로 종영 요구를 하는데서 한발 나아가 제작지원에 나선 기업들에 항의했다. 이 결과 빠른 속도로 기업들이 ‘조선구마사’ 제작지원에서 손을 뗐다. 하루만에 시청률도 2%p가 빠져 나갔다. 대중의 비난 타깃은 제작진에서 배우로까지 번졌다. 역사인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유였다.

이런 여파로 박계옥 작가 전작인 ‘철인왕후’ 주연을 맡은 신혜선이 모델을 맡은 마스크 제품은 전날 생산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박계옥 작가와 단건 집필 계약을 맺은 쟈핑코리아는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와 연결된 모든 것들이 빠르게 떨어져 나갔다.

결국 방송사인 SBS는 방영권을 포기했다. 제작사들도 손을 뗐다. 하지만 편성 취소 이후에도 시청자들은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가 계속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프로그램 정보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에 있었기 때문. 제작사는 입장문을 내고 “‘조선구마사’ 관련 해외 판권 건은 계약해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서비스 중이던 모든 해외 스트리밍은 이미 내렸거나 금일 중 모두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이 소원하던 대로 ‘조선구마사’는 막을 내렸다. 이제 더이상 해당 드라마를 방송하는 채널이나 스트리밍하는 사이트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제작지원은 일찍이 중단됐고, 판권 계약이나 해외 스트리밍을 멈추게 되면 ‘들어올 돈’을 생각하고 쓴 돈을 어디선가 충당해야 한다.

당장 스태프들의 임금 지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조선구마사’는 알려진 대로 이미 80% 가량 촬영이 끝난 상태다. 편집 역시 상당 부분 진행됐다. 한 방송관계자는 “회당계약을 한 스태프의 경우에는 임금 지불이 불안하다”라며 “업계 관행상 임금을 3:3:4로 나누어 받는데, 일을 했어도 방송이 나가지 못하니 작업을 일정부분 진행했어도 이 부분에 대한 지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이 있다”라고 전했다. 사태가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며 내부적으로도 정보 업데이트가 늦어지다 보니 이런 불안과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출연한 배우들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출연료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조선구마사’ 출연으로 지금껏 쌓아올린 이미지가 한번에 무너졌다. 배우들을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역사의식 부재가 비단 제작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가 극으로 치닫는 동안 문제의 시발점이라고도 지목되는 박계옥 작가는 과연 무얼 했을까. 제작사, 방송사까지 나서서 사과를 할 동안 주체인 박계옥 작가는 침묵을 지켰다.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작가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물론 한 사람만의 문제로 상황이 이렇게 됐다고 볼 수는 없다. ‘조선구마사’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제작이 시작됐다. 역사왜곡을 차치하더라도 반중정서가 이토록 심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이렇게까지 몰아 부쳐야 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문제적 작품 하나가 막을 내리지만 수백의 스태프는 당장이 막막해졌다. 결국 ‘조선구마사’는 끝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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