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를 썼다. 그가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를 접수했다. 이제 남은 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이다.

사진=판씨네마 제공(미국배우조합상 포토슛)

5일(한국시각)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미나리’ 윤여정은 영화부문 여우조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미나리’ 배우들은 물론, 미국배우조합 멤버들, 그리고 같이 후보에 오른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칼로바, ‘뉴스 오브 더 월드’ 헬레나 젱겔’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윤여정이 울컥하고 자신의 영어 실력이 괜찮냐고 묻자 다른 배우들이 러블리한 미소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윤여정은 한국영화 100년사에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업적을 쌓았다.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전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오스카 시즌 비평가협회 32관왕이라는 대업을 기록했다. 제7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 후보 지명됐지만 수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긴 것을 뒤로하고 당당히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미국배우조합상 수상을 거머쥐었다.

사진=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 캡처

외신들도 “윤여정이 새 역사를 썼다” “오스카 레이스 선두주자로 급부상” 등의 기사를 내며 윤여정의 이번 수상을 중요하게 다뤘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남았지만 오스카에 주는 영향력을 따졌을 때는 미국배우조합상 수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지난 10년간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가 오스카를 타지 못한 경우는 2019년 ‘콰이어트 플레이스’ 에밀리 블런트 뿐이었다.

골든 글로브에서 수상한 ‘모리타니안’ 조디 포스터는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마리아 바칼로바는 크리틱스 초이스를 거머쥐었지만 미국배우조합상과 비교하면 시상식 영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운여정의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배우상 가능성은 높다. 미국배우조합 대부분의 멤버들이 오스카 투표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진='미나리' 스틸컷

윤여정은 배우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올리비아 콜맨과 글렌 클로즈는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윤여정이 수상하자 마치 자신들이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두 손을 맞잡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최근 미국 내 아시아인 인종차별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할리우드에서도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여정이 오스카를 수상한다면 영화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울림을 주게 된다.

‘미나리’는 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이중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문이 여우조연상이다. 올해 오스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대면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한 데 이어 윤여정이 오스카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올해 오스카는 한국시각으로 4월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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