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관록이 묻어나오는 수상소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윤여정이 전했던 '명언급' 수상소감을 되돌아본다.

사진=abc 캡처

# 경쟁 무의미..."받은거나 다름없다"

지난 15일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지명된 후 "받은 거나 다름없다"라는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는 수상을 기대하는 한국 팬들에게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된다"라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그리고 경쟁의 의미를 벗어난 이 같은 생각은 수상을 한 이후에도 변함 없었다.

26일 오전 9시(한국시각) 미국 LA 유니온 스테이션,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미나리'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바리아 바칼로바,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를 제치고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소감으로 많은 이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시상자로 나선 브래드 피트에게 "직접 만나 영광이다"라는 위트있는 인사를 건넸다. 이어 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한예리, 앨런 김 등 '미나리' 패밀리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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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은 또한 두 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한다. 이 모든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도 받는다"고 말하며 워킹맘으로서의 소감도 전했다.

이에 영국 가디언은 "자신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한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피플은 윤여정의 수상 소감 중 "엄마가 일하느라 힘들었다"를 제목에 내걸며 윤여정의 수상소감을 주목했다.

또한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 같은 대배우와 경쟁하겠습니까?"라며 겸손함도 보였다. 이전 수상식들에서 꾸준히 언급해왔듯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운이 좋아 이 자리에 서 있다"며 시상식이 결코 경쟁의 자리가 아님을 강조했다.

1971년 영화 '화녀'로 윤여정의 주연 데뷔를 이끈 김기영 감독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윤여정은 "저의 첫 감독님이셨습니다. 살아계셨다면 저를 축하해 주셨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영국아카데미시상식 캡처

# 동서양 경계 허물다 #Snobbish #Westerner

윤여정의 앞선 수상소감들에서는 인종 구분을 역으로 강조한 멘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은연중에 담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4일(현지시간) 열린 제 27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윤여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서양인(westerner)에게 인정받은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특히 동료 배우들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줘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동양인과 서양인을 구분지으며 위트있게 현 세태를 비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여우조연상 수상 이후에도 유사한 멘트가 이어졌다. 윤여정은 영어로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제게 이 상은 더욱 뜻깊습니다.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저를 좋은 배우로 인정해준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고 행복합니다"라고 말해 큰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이후 영국뿐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샀다. 뉴욕타임스의 카일 부캐넌 기자는 윤여정의 수상소감 영상을 공유하며 "윤여정과 올 시즌 중 최고의 수상 소감 연설"이라는 트윗을 게재했다.

BAFTA의 방송 주관사인 BBC는 "우리가 가장 좋아한 수상 소감"이라고 언급했고 벌처는 "윤여정이 2021년 최고의 수상 소감 연설을 제공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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