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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노트] 윤여정, 솔직하지만 불쾌함 없는 ‘돌직구’…말의 품격

말은 생각을 드러내는 마음의 표현이라고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여정의 말은 55년차 배우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살아온 방식을 담아내고 있다.

“동시대 여배우로서 경쟁의식을 갖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늘 자극을 받는다”라는 전도연의 말처럼 윤여정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서부터 보여준 영어 실력은 ‘미나리’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소감을 전할 때마다 화제가 됐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정확한 문법 구사보다는 소통에 중심을 둔 윤여정식 영어 화법은 특유의 위트까지 더해져 세계인을 웃게 만들었다. 때문에 윤여정에게 자극을 받아 영어 공부를 하는 중장년층이 늘었다.

특히나 윤여정은 ‘수상소감’의 문법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흔히 수상소감은 주변의 감사한 사람들에게 공을 돌리고,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윤여정은 영화에 입문하게 판로를 열어준 故 김기영 감독,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만들어준 ‘미나리’ 정이삭 감독 두 사람을 정확히 짚어냈다.

배우인 동시에 싱글맘, 워킹맘으로 살아온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이 항상 내게 일을 하러 가라고 했다”며 “이 모든 게 엄마가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고맙다”라며 유머 속에 두 아들을 향한 사랑을 녹여냈다.

사진=abc캡쳐

함께 노미네이트 된 배우들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았다. 윤여정은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 ‘더 파더’ 올리비아 콜맨, ‘맹크’ 아만다 사이드프리드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소감을 전하며 윤여정은 “우리 각자의 영화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했고, 서로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라며 “우리 모두 승자”라고 응원했다. 이에 화면에는 순간 진심어린 감동을 받은 아만다 사이드프리드의 표정이 포착됐다.

그리고 연기를 경쟁으로 보지 않는 윤여정의 진정성은 시상식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도 투영됐다. 그는 오스카를 수상한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냐는 질문에 “1등, 최고 그런 거 하지 말고 최중을 하면 안 되겠냐. 그냥 다같이 살면 안 되겠냐.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나. 최고가 되려고 하지 말자, 최중만 되면서 살면 되지 않겠나. 동등하게 살자”라고 발언했다.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시상식은 끝났지만 ‘한국 배우’로서의 기품과 당당함을 잃지않는 윤여정의 행보는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윤여정은 미국 NBC 방송 아시안 아메리카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오면 한국에 있는 분들은 제가 할리우드를 존경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할리우드를 존경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영화에 대한 존경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만을 동경하지는 않는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여정은 이어 “(미국에) 계속 오는 이유는 내가 미국에 와서 일하게 되면 아들을 한 번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솔직 답변을 했다.

윤여정의 ‘말’은 솔직하지만 불쾌하지 않다.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격식을 갖추지 않지만 기품없지 않다. 전세계를 ‘윤며들게’ 만든 윤여정은 동료 배우들은 물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보라 기자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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