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현대무용가, 안무가, 예술감독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그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몸짓을 넘어 말을 통한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달 18일 개막한 연극 '완벽한 타인'에서 김설진은 페페 역을 맡았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18개국에서 리메이크 된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김설진은 원작을 마주하길 꺼려했다. 대본만 보고 자신이 어떻게 해설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영화를 보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스스로 공부를 더 하고 싶었어요. 온전하게 글로만 봤을때 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점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한번 보려고 해요. 다른 배우분들은 어떻게 해석했는지 확인할 수 있겠죠"

'완벽한 타인'은 저녁 식사를 위해 모인 이들이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내용을 서로에게 공유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세 쌍의 부부와 달리 김설진이 맡은 페페만이 무대에 짝이 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핸드폰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은 그가 게이라는 점.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김설진이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법도 하지만 그는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있어서 부담은 덜 했다"고 밝혔다.

"주변에 게이 친구들이 있어서 부담감은 덜 했어요.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친구들 앞에 선뜻 소개시켜주기 불편하다면 왜 그럴까 하는 지점들을 좀 고민했어요. 그리고 페페에게는 모든 사람이 관찰대상자로 바뀌죠. '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이것들이 알려져도 관계가 지속될까' 하는 고민들."

이번 작품에서 김설진은 앞서 피지컬 모노드라마 '자파리'를 함께한 민준호 연출뿐 아니라 tvN 드라마 '빈센조'로 호흡을 맞춘 양경원, 임철수와 다시 만나게 됐다. 특히 임철수는 김설진과 같은 페페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을 "좋은 친구들"이라고 표현한 김설진은 연기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양경원 배우는 전에 연극 '뜨거운 여름'에서 먼저 만났어요. 그때부터 많이 조언을 구하기도 했죠. 임철수 배우는 같은 역할이지만 제가 가진 매력과 정말 달라요. 세련된 센스 같은게 있어요. 무대 위에서 지루하지 않게 하는 타이밍같은 것들. 근데 너무 잘하고 매력있는 배우니까 연습때 보면서 저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중반 이후엔 '이건 철수가 하니까 괜찮고 내가 하면 이상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어요"

극을 보다보면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떨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김설진에게도 핸드폰을 공유하는 게임을 제안한다면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극중 로코가 하는 대사들이 저랑 잘 맞는것 같아요. '굳이?'하는 것들. 별로 알고싶지 않아요. 물론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거 말고도 재밌는게 많잖아요"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김설진은 무대 위 세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점을 발견했을까. 그는 "닮고 싶은 부부가 하나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로코와 딸 소피아의 모습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더욱 깊이 하게됐다고 전했다.

"로코와 소피아의 딸과 아버지 관계의 대화를 보면서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저는 공부라는 게 학교 교과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다른 학우들과의 교과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았으면 해요. 그래서 딸한테 많이 시키기도 하고요. 그 부분이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차이에서 마찰이 있긴 하지만 결국엔 그걸 맞춰가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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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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