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고 내 집 마련의 꿈은 꾸기도 힘든 현실이다. 아파트가 아닌 원룸 전셋값을 맞추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도대체 집은 어떻게 구해야할까? “주관화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이달 초 발간된 ‘집 살까요? 팔까요?’란 제목의 책이 해답보다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집 살까요? 팔까요?’의 저자는 부동산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오랜 기간 금융권에서 활동한 전인수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부장이다. 2006년 은행 창구에서 고객으로 만난 한 부동산학과 교수의 권유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교수님의 추천 시기와 연일 주택시장이 이슈화되던 때가 맞물려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라는 그는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상담이 이어졌어요”라고 말했다.

2013년엔 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 부장은 부동산 상담의 끈을 놓지 못했다. 상담 의뢰인들에게 ‘안경테 박사’란 애칭으로 불린 전 부장은 부동산 상담을 해주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만족해 하는 사람들을 보거나 자신의 말을 믿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을 볼 때 보람을 느꼈다.

15년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기록한 그의 상담노트에 담긴 에피소드들이 ‘집 살까요? 팔까요?’에 일부 담겼다. 이 책의 특징은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몇십 몇백억의 집을 구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신혼부부, 30대 직장인, 자영업자 등 조그마한 내 집을 갖고 싶은 이들에 집중한다.

전 부장은 “30대 중반을 넘긴 한 지인이 힘들게 직장생활하면서 전세자금대출금을 상환하고 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해 매월 꼬박꼬박 불입했는데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서울에 전셋집도 마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면서 눈시울을 붉혔어요”라며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에게 컨설팅을 의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꿈이 아니었다. 단지 자녀를 위해, 직장 출퇴근을 편하게 하기 위해, 살 곳을 찾기 위해 내 집 마련을 꿈꿨다.

사진=도서출판 갈라북스 제공

그는 “이 책 속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이야기가 곧 제 이야기이기도 하죠. 저도 대출금 상환을 걱정했었고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친 적도 있었죠. 컨설팅을 하다보면 상대와 함께 답을 찾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행복을 의뢰인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은행 업무를 하면서도 고객들과 신뢰가 쌓이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 책은 복잡하게 부동산 정보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일단 ‘내 집을 산다는 것’ ‘내 집에 산다는 것’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을 얻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간단한 통계와 부가설명이 돼 있는 전문용어가 독자들에게 지식을 제공한다. 여기에 이사, 대출, 재테크 등의 꿀팁도 들어있다. 그 누구보다 내 집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초년생, 2030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부장은 “자신이 상황에 맞게 집을 고르는 게 제일 중요해요. 영끌해서 집을 사야겠다는 분도 계시는데 주택시장 하락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물론 제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요. ‘하우스 푸어’가 속출했던 게 불과 10년도 안 됐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요”라고 전했다.

그는 제목 ‘집 살까요? 팔까요?’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집으로 큰 돈을 벌려고 하고, 누구는 과시의 목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집을 찾는다. “집은 어디까지나 ‘집이어야 해요. 우리는 가끔 집값에 매몰돼 집에 대한 본연의 가치를 망각할 때가 있죠”라는 전 부장의 말처럼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이 자신에게 집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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