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 하고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가 아니라 그냥 잘해서 놀랐어'라는 말에 정말 감사했어요. 다시 한번 더 연습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죠. 적당함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김세정의 이름 앞에 '아이오아이' '구구단' '가수' '배우'에 이어 '뮤지컬배우'라는 타이틀이 추가됐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뮤지컬 진출을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겠지만 김세정의 공연을 보고나면 마음이 바뀐다. 뮤지컬 '레드북' 속 안나 역할을 맡은 그는 싱크로율 100% 이상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레드북'은 지독하게 보수적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숙녀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작가를 꿈꾸는 안나, 오직 신사로 사는 법 밖에 모르는 남자 브라운의 사랑 이야기다. 안나는 밝고 명랑하다. 또 도전적이고 당차다. 그동안 많은 TV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김세정의 모습과 똑 닮아있다. 특유의 부드럽고 파워풀한 보컬도 극장에 부족함없이 울려 퍼진다. 

"싱크로율은 한 120% 정도? (웃음). 저에게도 수만 가지의 모습과 버전이 존재하는데, 그 모든 모습을 담고 있는 게 안나예요. 그래서 그 속에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이것저것 꺼내면서 써가고 있어요"

"안나는 본인이 보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글로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거짓말도 할 줄 모르고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도 몰라요. 그러다 보니 오해가 쌓이고 이상한 사람이 돼죠. 하지만 그런 오해와 편견을 이겨내는 것이 결국 솔직함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그런 인물이에요"

안나와 김세정이 닮은 점이 단지 성격 뿐만은 아니다. 꿈을 이루고자 달려가는 모습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컸다. 김세정은 지난 3월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I'm'에서는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솔직한 생각들을 음악으로 써내려가기도 했다. 자신을 글로써 표현하는 안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꿈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 앞에서는 결국 가장 나다워야 하고 가장 솔직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정말 크게 와닿았다"고 전했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죠. 나 자신에게 솔직했고 그 자체가 내 모습이라면 망설이거나 후회할 필요 없이 믿고 꿈꿔 나가도 된다는 메시지가 정말 좋았어요. 앞으로 더 꿈을 꿀 저 자신에게도 정말 큰 위로가 됐죠"

앞서 김세정은 KBS 2TV '너의 노래를 들려줘',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 컷을 반복하는 드라마 연기와 무대에서 2시간 가까이 실수없이 해내야하는 뮤지컬 연기는 분명 다르다. 때문에 김세정은 매일매일이 새롭고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그간을 회상했다.

"공연을 하면서 힘든 점은 체력과 경험 부족이에요. 늘 아쉬워요. 무대 위의 시간이 적다는 점이.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더 많은 노하우와 더 좋은 스킬을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싶어요. 또 정말 단순하게 더위 때문에 흐른 땀과 머리카락조차 처리하기 어려워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제 자신이 얼마나 답답한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컨디션 유지도 결국 경험에서 스킬이 얻어지는 거니까요. 이런 점들 말고는 정말 다 재밌어요. 특히 현장을 가면 제가 경력으로 막내고, 모두 선배님이셔서 배울 것들이 넘쳐나요. 매일매일 느끼고 배우는 게 새롭게 생겨서 그걸 찾을 때마다 쾌감을 느끼죠"

이번 공연에서 김세정은 차지연, 아이비와 안나 역에 트리플캐스팅됐다. 김세정은 군뮤지컬 '귀환' 이후 이번이 고작 두번째 작품이다. 뮤지컬계 톱클래스 자리에 위치한 두 선배와 같은 역할을 소화하니 부담이 될법 하다. 김세정은 좋아하는 두 선배와의 만남을 반겼지만, 곧 기쁨은 누르고 팀에 누가되지 않게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에는 마냥 신나있었어요. '이런 대단한 선배님들을 통해 나는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고요. 하지만 뒤늦게 ''레드북'이라는 작품에 김세정이라는 초짜 신인이 출연하다니'라는 입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웃음). 그 뒤로 '내가 단지 행복해하고 선배님들께 배워만 가는 자리가 아니구나. 나도 한 명의 안나로서 제대로 해내야겠다. 계속 나를 질책해야겠다'하고 생각했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아떼오드, 젤리피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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