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판정패다. 올초부터 큰 관심을 모아왔던 '막장 드라마계 대모' 임성한과 김순옥의 정면대결은 여러모로 임성한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평이다.

‘펜트하우스’, 이토록 초라한 용두사미

용두사미도 아니고 '용두사망'이란다. 지난 10일 방영된 '펜트하우스 시즌3' 마지막 회차는 그야말로 최악의 엔딩이라는 평이다. “머리 자른 김소연 밖에 생각 안 나더라.”, “이럴거면 왜 시즌 3까지 했나”라며 시청자들은 악평을 아끼지 않았다. 

시청률 전쟁의 초반, 승기를 거머쥔 주인공은 '펜트하우스'였다. SBS에서 총력을 다한만큼 '펜트하우스'는 높은 시청률로 기대에 부응했다. 교육과 부동산이라는 한국인의 양대 관심사를 주요 소재로 두는 것은 물론. 총 제작비만 268억원에 달하는 화려한 세트장과 영화를 방불케하는 연출력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거기에 사기, 누명은 약과요 폭행에 살인, 방화까지 자극적인 요소들을 듬뿍 첨가하니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그 결과 시즌1 최대 시청률은 28.8%, 시즌2는 29.2%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허나 화무십일홍이랬나. 주 1회 방영된 시즌3부터는 사망과 부활을 남발하는 등 점차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와 자극적인 설정이 도를 지나친다는 악평이 쏟아졌다. 30%대를 넘봤던 최대 시청률은 20%를 채 넘기지 못한 19.1%에 그쳤다. 남은건 배우들의 열연과 방송윤리심의위원회 민원 831건 뿐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했던 ‘결혼작사 이혼작곡’

지난 1월 방영 시작된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은 임성한 작가가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내놓은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상파 3사가 아닌 TV조선에서 방영된다는 점, 흔하디 흔한 치정극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좋지 않은 첫 인상을 남겼다.

이는 시청률에 고스란히 드러나 첫 회 시청률 5.7%로 임성한 작가의 이름값을 못했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차 탄력을 받기 시작하자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고 결국 3월 방영된 시즌1 마지막 회는 7.1%을 기록하며 체면 치레는 했다는 평을 들었다.

3개월 뒤 방영된 시즌2는 4.2%로 시작해 시즌1보다도 오히려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충격적인 전개가 이어지며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어 마지막 화는 16.5%까지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막장도 다 같은 막장이 아니다

6년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막장드라마 원조’ 임성한과 수많은 드라마를 성공시키며 ‘시청률계의 보증수표’라 불리는 김순옥의 빅매치는 진귀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두 드라마는 모두 시즌제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화려한 볼거리로 초반 승기를 잡았던 '펜트하우스'는 승승장구 할 것만 같았으나 무리수를 남발하는 전개로 하락세를 맞이했다. 반면 모로 보나 열세였던 '결사곡'은 끈질기게 뒷심을 발휘해 한자리 수에서 두자리 수까지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막장이든 웰메이드든 드라마의 본질은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지를 기대하며 TV를 켠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는 순간 그 이야기는 생명력을 잃는다. 시청률 전쟁이라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독하고 다채로운 양념을 준비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재료인 이야기의 맛을 챙기지 못했으니. 결국 있는대로 때려넣은 양념맛에 시청자들이 학을 뗄 수 밖에. 승패는 처음부터 자명했는지도 모른다.

사진=SBS,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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