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영화계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제 26회에서도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한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지만 신인 감독, 배우들의 열정 가득한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의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또한 '성장'이다. 이에 성장담을 소재로 한 작품 속 성장을 꿈꾸는 영화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늘의 노력으로 내일의 성장을 기대하며...'만인의 연인' 황보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초청작 '만인의 연인'은 가족 관계도, 교우 관계도 불완전한 18살 유진(황보운)이 대학생 오빠와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는 동급생 둘을 동시에 좋아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배우 황보운의 첫 영화이자 주연작이다.

한달 넘게 오디션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직접 전화까지 하는 간절함을 보였다는 황보운. 그렇게까지 '만인의 연인'에 참여하고 싶었던 건 시나리오 속 유진에 매료됐기 때문이었다.

"오디션때 저한테 다른 역할도 하고 싶냐고 물었는데 전 유진이만 하고 싶었어요. 제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거든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제가 아는 유진이는 한 40% 정도 밖에 안됐어요. 그래서 많이 헤매기도 했죠. 또 첫 작품이다보니 무섭고 두려운게 많았는데 감독님, 선배님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어요. 지금은 여기까지 온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해요"

황보운이 '만인의 연인'을 통해 흔히 말하는 '괴물 신인'으로의 자질을 보여줬느냐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 답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많이 준비하고 연습하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제 기량을 모두 뽐내기란 쉽지 않은 법. 황보운 역시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신인답게 부족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찾고 고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보니까 제 습관들이 나오는게 많이 아쉬웠어요. 또 발음이 새는 것도 있고요. 또 전 나름대로 유진이라는 캐릭터가 말을 하고싶은데 참고 싶어하는 인물이라고 봐서 입을 좀 많이 움직였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 많이 보이더라고요. 집에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영화제 온게 아직도 꿈만 같고 이래도 되나 싶어요. 제가 봐도 너무 부족한게 많거든요. 기분은 좋은데 일단은 제 습관들을 빨리 고치려고요"

어린 시절 모델을 꿈꿔 관련 학교에 가기도 했다는 황보운. 그러나 생각과 달리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우연히 들었던 연기 수업에서 재미를 맛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그리고는 "연기할 때 너무 즐겁다. 특히 하나 하나 배워갈 때 너무 좋다"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외모와 실력, 열정을 모두 갖추더라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게 영화계다. 그 안에서 경험없는 신인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때문에 황보운도 카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꾸준히 연기 연습도 하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 영화를 하나 더 찍었어요. '타이거 마스크'라고 조한선 선배님이랑 같이 촬영을 했어요. '만인의 연인' 때 몰라서 아쉬웠던 것들도 많이 발견했어요. 그래서 내가 직접 느끼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구나 싶어요" 

'만인의 연인' 속 유진은 가정 환경도 좋지 못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활하지 못한 아이다. 그러나 자신을 좋아해주는 두 남자를 만나면서 변화한다. 때론 지나치게 솔직한 탓에 영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주변인들로부터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결국 그 끝에 마주한 건 한뼘 성숙해진 자신이다. 황보운은 그런 유진에 대해 "많은 경험으로 단단해졌을것 같다. 더 많은 사람한테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가 됐으면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성장은 늘 시련 뒤에 찾아온다. 과거 60kg 후반까지 몸무게가 나갔지만 이를 악물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황보운. 연기를 시작한 뒤로 당당함도 생기고 많이 웃게 됐다고도 전했다. 인간 황보운으로서의 성장을 맛본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가 배우로서 이번 영화제를 통해 느낀 성장은 뭘까. 영화하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열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게 아닐까 싶다. 

"전 욕심 갖지 말고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예요.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긍적적으로 즐기면서 오래 하고 싶어요. 오디션이 없어도 그 시간을 잘 채우면 발전하지 않을까 싶고요. 제가 멘탈은 강해요. 호평도 혹평도 어쨌든 관심 갖고 봐주시는거니까 감사해요. 지금 목표는 단역이라도 작품을 너무 쉬지는 말자는 거예요. 그렇게 하루하루 소중하게 보내려고 해요. 그러면 부족한 오늘이라도 내일은 좀 더 성장해있지 않을까요?"

사진=싱글리스트DB,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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