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장르만 로맨스'가 류승룡에게 특별한 이유는 감독으로 만난 배우 조은지의 존재다. 앞서 드라마 '개인의 취향', 영화 '표적' 등에서 함께 작업했지만 직접 마주하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류승룡은 그동안 조은지가 선보여 온 '자연스러운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했던 그 '자연스러움'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제가 그동안 선굵은 캐릭터들을 많이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생활밀착형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죠. 근데 조은지 배우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감독으로 만났을 때 '나는 그게 아킬레스건이고 해소되면 좋겠다'고 부탁했더니 노력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저한테 크게 주효했죠" 

"제가 그동안 모노톤으로 정직하게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조 감독이 거기에 섬세하게 음표들을 그려줬어요. 그렇게 변주를 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됐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이 저한테 더 특별하고 제 필모그래피에 방점을 찍을 작품이기도 해요"

감독으로 만난 조은지에 대해 "배우로서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느꼈다"라며 그가 가진 독특함과 자연스러움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은 류승룡. 감독이면서 동시에 배우이기에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분명 있었다. 그는 "조 감독은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줄 때 따로 조용히 얘기한다. 그게 정말 큰 배려다. 감사함으로 와 닿았다"라며 사소하지만 섬세한 배려들에 해서도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르만 로맨스'는 현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에서 나오는 웃음과 공감이 핵심인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이 관계를 표현할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특히 극중 현을 사랑하는 게이 제자 유진(무진성)과의 연기 호흡이 눈길을 끌었다. 

"(오나라, 김희원, 성유빈, 무진성 등) 배우들과 호흡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죠. '극한직업'이 팀플레이를 하는 핸드볼이라면 이건 야구같았어요. 타자로 나가면 뒤에서 응원하고, 주자로 나가면 뛸 수 있게 타자로서 치고. 아웃 당하면 위로해주고. 그런 역할들이 유기적으로 잘 맞았죠"

"무진성 배우가 몰입해서 잘 준비했기에 전 자연스럽게 리액션만 하면 됐죠. 후배이자 제자로서 질투와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것. 무진성 배우도 극중 유진처럼 그렇게 다가와 줬어요. 배우로서 긴장하는 모습, 생각지도 못하는 것들을 해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죠. 그렇게 자극을 주고 신뢰를 쌓았고요.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류승룡은 '명량' '극한직업'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까지, 천만영화만 네 편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극중 현처럼 배우로서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제는 촬영장에서 자신보다 선배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류승룡. 오랜 경험을 쌓은 그가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뭔지 들어본다.

"저도 생각처럼 안되고 위축되는 슬럼프가 있었죠. 근데 역으로 '잘된 영화들은 내가 잘해서 잘 된건가' 생각해봤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흥행 부담감에서) 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천만영화도 운좋게 여러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해서 나온거니까. 이제 수치에 대한 강박이나 부담은 없어요. 대신 만드는 과정에서는 최선을 다해 치열하고 행복하게 찍으려고 해요"

"'현장에서 행복을 주는 역할을 하자'라는 조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말을 아끼고. 가장 중요한건 시간엄수. '일을 충실히 멋지게 해냈을 때가 멋지고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이다'라는 말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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