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대권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힘 대선 경선 때부터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가 거론됐고, 허위이력 의혹이 불거진 아내 김건희씨가 기자회견을 자청,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떨어지는 지지율 사수엔 실패했다.

'이준석 이탈'로 요약되는 선대위 내홍을 해를 넘겨서도 수습하지 못한 데다 '반문 깃발·정권교체' 외 뚜렷한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 속에 지지율 반등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조차 새어나온다.

여기에 윤 후보가 잇단 실언 및 보수 유튜버들의 화법과 흡사한 강성 발언으로 중도층과 멀어지는 사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까지 치고 올라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윤 후보 지지를 철회한 이들을 수렴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다보니 '후보교체' 요구까지 돌출하는 중이다.

이런 총체적 위기는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새해 첫날인 이날 발표된 5건의 여론조사 가운데 4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윤 후보에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격차는 12.0%포인트에 달했다. 나머지 한 건은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한때 경선 후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한때 이 후보를 최대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점을 고려하면, 20% 이상 폭락한 셈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최근 "윤 후보가 바뀌지 않으면 (선거는) 어렵다"며 모든 메시지와 연설문을 직접 다 관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준석 대표는 유튜브 채널 YTN플러스 '안녕, 대선?'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확실하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가만히 있으면 된다”고 답변했다. 수렴청정 혹은 묵언수행 대선도 아니고 순간순간 후보 고유의 생각, 철학이 어떻게 노출되지 않을 수 있을까. 넌센스다.

윤 후보 본인도 경각심을 느꼈는지 선대위 신년회에서 구두를 벗은 채 큰절을 올리며 “저부터 바꾸겠다”고 말했다. 사실 그를 위기에 처하게 만든 정치공학적 요인들이 절대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노회한 카리스마의 김종인 위원장이나 ‘이대남’ 지지를 등에 업은 이준석 대표의 힘을 빌려 위기를 돌파하면 된다. 문제는 후보 자신이다.

요즘 ‘나라를 구했다’는 유튜브 삼프로TV 대담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그의 지식과 철학, 툭툭 튀어나오는 섬뜩한 검사식 단어와 제스처, 스스름없이 “민지야”라 부르고 “형님”이라 호칭해달라는 대목에서 드러나는 꼰대 성향, 빈곤계층 및 노동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이제 전 국민이 알아버렸다.

자신이 살아오고, 학습하고, 일터에서 경험해온 것의 총합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 잠시 감추거나 위장할 순 있을지언정. 그마저도 권위주의의 성채 안에 꽁꽁 숨어있던 검찰총장 때와는 다르기에 '대략난감'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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