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미켈레 반누치 감독
사진=미켈레 반누치 감독

Q. ‘델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로 배경의 스산한 영상미를 꼽을 수 있다. 이를 담아낸 촬영의 비결은 무엇인가?

A. 4년을 그 지역에서 살았다. 영화를 만드는 건 그 지역에 녹아들면서 머무는 일이기도 하다. 델타라는 지역은 영화의 세 번째 캐릭터다. 강 표면 쪽에서 바라보는 강변의 모습은 그냥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강 주변의 풍경에 대한 다양한 시점들을 촬영에 담기 위해 애썼다.

델타 지역의 삶의 어려움이나 황량함을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구현해내려고 애썼다. 또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정확히 이해하기란 어렵다는 점 역시 화면에 잘 암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미지를 구현했다.

이상한 시기, 정확히 보이지 않는 것들을 판단하는 것의 어려움, 겨울과 황량한 땅을 표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델타는 이탈리아에서 신생 지역이면서 경계에 위치하는 지역이다. 외로우면서도 분쟁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 역시 촬영을 통해 잘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의 무드를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하자면 회색이 아닐까 한다.

Q. 미켈레 반누치라는 감독을 두 키워드로 표현하면 ‘리얼리티’와 ‘공동체’다. 어떤 장르와 만나도 어울릴 것들이다. 차기작에 흥미가 있는 장르가 있다면?

A. GV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짜처럼 들려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에 따라 장르가 달라진다.

‘델타’의 경우에도 밀렵에 대항하려 애쓰는 환경단체에 속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웨스턴 장르가 된 것이다.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여러 장르를 만드는 감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같은 스타일을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편하지만은 않게,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싶다. 장르는 현실을 말하는 방법이다.

사진='델타' 스틸컷
사진='델타' 스틸컷

Q. ‘엘리아’ 역의 알레산드로 보르기와 ‘오소’ 역의 루이지 로 카시오는 시네필이 아니라면 아직은 한국에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배우들이다. 그들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한다면?

A. 두 사람은 현재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들이다. 영화인으로서는 나보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웃음). 현지에서는 영화계의 아이콘 같은 배우들이다. 두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는 작품의 질과 흥행이 보증된다.

또한 항상 예상과는 다른 즐거움을 전하는 배우들이다. 당장 ‘델타’만 해도 웨스턴 장르는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생소하고 신선한 장르다.

특히 알레산드로 보르기는 나와 10년 이상 함께 일했다. 내 첫 단편과 장편을 모두 함께 했고, 덕분에 촬영을 할 때 일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 점은 영화에서도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Q. ‘델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불가항력적으로 겪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 대한 마지막 메시지를 던진다면?

A. 이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이 질문을 받는 것이었다. ‘폭력적이지 않은 채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에 대해 답하기는 사실 어렵다.

다만 사람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 공동체로서 함께 평화를 추구하라. 혼자서는 사회가 폭력과 독에 물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함께 마주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만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다.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의도치 않게’ 남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델타’의 메시지는 방관하지 말고 평화를 위해 ‘선택’하라는 것이다.

Q. ‘델타’를 보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보내 달라.

A. 폭력, 감정, 사랑, 땅, 풍경, 환경을 돌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영화다. 그렇지만 ‘델타’는 결국 평화로운 삶에 대한 영화다.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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