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높은 기대 속에도 파트2가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고 이를 인정하며 씁쓸함을 남겼다. 통쾌한 복수극으로 위로 받은 시청자들은 막상 현실에서는 상처를 받으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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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더글로리' 안길호 감독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의 김문희 변호사는 "안길호 감독은 19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마음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 사죄의 마음을 전하겠다. 좋지 않은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학폭 논란을 인정했다.

앞서 안길호 감독의 학교 폭력 논란은 미국의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로부터 시작됐다. 작성자는 "안길호 감독과 친구들이 그의 여자친구를 놀렸다는 이유로 불러내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길호 감독은 "필리핀에서 1년여간 유학을 한 것은 맞지만 한인 학생들과 물리적인 충돌에 엮이지 않았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 지어 때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에 대해 다뤘다. 어떠한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사실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사적 복수가 통쾌하게 펼쳐지며 시청자들은 대리만족과 위안을 얻었다. 차가운 복수극이지만 피해자의 상처와 감정도 섬세하게 다룬점에서 용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을 만든 감독이 학폭 가해자라는 점은 아니러니로 남게 됐다.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유명해졌기 때문에 학폭에 대한 의혹이 공론화됐고, 이를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흥행 덕분에 학폭이 밝혀졌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드라마에 감사해야 할 수도 있다.

안길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드라마 속 가해자들처럼 자신은 유명해지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숱한 화제를 몰고 다닌 '더글로리'는 끝까지 많은 것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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