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사업을 통해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민간업자에 유리한 조건 변경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142쪽 분량의 청구서에 이러한 조사 결과를 담았다.

검찰은 "2015년 3월경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가 민간업자 정바울 측에서 공사가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제안했다는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며 "이 대표는 용도지역 변경, 공사 사업 참여 배제 등 특혜 제공으로 민간업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공사는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함에 따른 손해를 입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러한 특혜 제공의 열쇠로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의 오랜 인연을 제시했다.

이 대표가 1995년부터 시민운동을 하면서 김씨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과 가깝게 지냈고, 2005년에는 김씨에게 "형님, 제가 내년 성남시장으로 출마를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도움을 부탁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구속영장에 적었다.

김씨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사비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2014년 지인들을 통해 차명으로 1천만원을 '쪼개기 후원'하는 등 오랫동안 이 대표를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이후 김씨와 왕래가 없었다던 이 대표의 주장과 상반되는 정황이다.

검찰은 김씨가 이런 인연을 통해 김씨가 성남시 내부에서 '비선 실세'이자 '비제도적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각종 사업 인허가와 공무원 인사에도 영향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0억원 확정이익 제안 사실을 보고한 유 전 본부장에게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정 전 실장 역시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또 김씨가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이 대표를 위로차 방문했을 때 이 대표가 "형님, 나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위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검찰이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 간다"며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가 이화영(60·구속기소)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서도 관련 경과를 수시로 보고받았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대북사업 관련 사안을 '보고했다'는 표현만 17차례 등장한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 쌍방울과 북한 사이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논의 결과를 이 대표에게 전화로 보고했는데, 이 대표가 이 자리에 있던 김성태(55·구속기소)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김 회장님 고맙습니다",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합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영장에 담겼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같은 해 12월에도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방북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고생하셨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영장에 담았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측에 '재벌이 될 기회'라고 강조하며 이 대표 방북을 위한 거액의 대북송금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4∼6월 방북 때 북측에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 자금 5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 대북제재로 어려워지자 김 전 회장과 접촉, "500만 달러를 대납해주면 북한 최고위층과 연결돼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흥 재벌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쌍방울이 보낸 500만 달러를 받고도 북측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등을 이유로 이 대표 방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방북을 하려면 의전 비용 등 500만 달러를 추가로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또다시 김 전 회장을 만나 "이 대표와 동행 방북하면 쌍방울 그룹은 30대 재벌이 무조건 된다. 이재명 방북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며 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쌍방울이 북측에 300만 달러를 추가 송금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방북을 추진한 배경에 "대북정책의 성과가 차기 대선에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김성태를 통해 북측에 지급한 800만 달러가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군사비용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실정법 및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을 넘어서 국제안보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룹 사업 확장을 노리던 김성태를 '해결사'로 활용했고 김성태는 그룹의 명운을 이 대표에게 '베팅'하며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며 "부패한 선출직 공직자와 부패한 기업인이 결탁한 후진적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그룹 관계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북측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도록 지시, 권유, 부탁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 중 거의 3분의 1에 달하는 50쪽을 이 대표 구속 필요 사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해 "단순히 범의를 부인하거나 법리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급조한 허위 사실관계를 주장하거나 하급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범행을 부인했던 실무 공무원들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용기를 내 뒤늦게나마 진실규명에 협조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불구속 수사는 자칫 면죄부로 비쳐 용기를 내 진실에 협조한 이들에게 허탈감과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비난과 보복의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 측이 5건의 경기도 공문을 불법적 방법으로 유출해 검찰 수사 대응 자료로 활용했고 이 전 부지사의 최측근 인사와 가족을 회유·압박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는 징역 11년 이상 36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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