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출신 김시후에게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는 영광의 화인이다. 미스터리한 금자씨(이영애)에게 첫눈에 반해 조력자로 나서는 미소년 근식 역으로 대중과 영화관계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첫 영화여서 멋모르고 겁 없이 촬영했어요. 대단하신 감독님과 배우 선배들과 작업하는 게 너무 신났어요. 박찬욱 감독님은 말씀하시는 거를 좋아해서 편안하게 다가와서 얘기를 해주시곤 했어요. 이영애 선배님은 실제로도 우아하고 조용하셨고요. 새파란 신인이 대선배님과도 별반 긴장 없이 촬영했었죠. 지금도 촬영장에서의 그 느낌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데뷔작인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의 그를 눈여겨본 박찬욱 감독이 먼저 찾았다. 미팅 장소에 가서 자신의 학교생활 얘기를 듣다가 말투에 흥미를 느꼈는지 순수한 근식과 이미지가 맞다고 여겼는지 단박에 캐스팅을 했다.

학창시절 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던 김시후는 중학교 졸업 후 서울에 친구들과 함께 놀러 왔다가 연예기획사 관계자 명함을 우연히 받으며 연기에 발을 디밀게 됐다. 운동을 하고 있었기에 원래 계획은 ‘고교 졸업 후’였는데 앞당겨진 셈이다. 그로부터 우여곡절의 시간이 흘러 20년차 배우가 됐다. 10대의 파릇파릇했던 소년은 37살 듬직한 청년으로 탈바꿈했다.

군입대 공백기에 이어 소속사 문제로 2~3년 동안 작품활동을 못하는 버거운 기간을 경험해야 했다. 가까스로 터널을 통과해 지난해 말 영화 ‘베테랑2’와 드라마 ‘금이야 옥이야’ 겹치기 촬영을 했다. 밤샘 촬영이 일쑤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갈증이 일순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호기심이었어요. 그때는 하고 싶은 걸 해서 행복한 게 전부였다면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에 맞닥뜨리다 보니 배우란 직업이 목숨과 같은 상황이 돼버렸더라고요. 내 삶이 흘러가듯이 나이대에 맞는 역을 해왔던 거 같아요. 어렸을 때도 인기와 명예, 스타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성격이 진지한 편이라 배우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배우의 유형도 다양해진 시대다.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런 면에서 어렸을 적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서 다중인격을 소름 끼치게 연기한 에드워드 노튼을 선망했다면 지금은 롤모델이 이병헌이다. 작품마다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마법에 볼 때마다 감탄을 한다.

“사랑받고 감동을 주는 게 목표예요. 편한 것보다 최대한 도전을 하려는 편이고요. 안 했던 장르와 캐릭터, 새로운 김시후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할 때 늘 흥미진진하고 설레요.”

10대 때 상경해 고교시절부터 혼자 살아온 프로자취러다. 웬만한 한식 요리는 섭렵했고 빨래, 청소 등 자칭 ‘척척 살림꾼’이다. 요즘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 모두 결혼했고, 나 홀로 싱글이다.

“인생 목표 중 하나가 가족을 꾸리는 거예요. 사람 만나는 게 신중해지더라고요. 이상형은 현명한 사람이에요. 세상에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니 같이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요. 평생 함께해야 하는데 일과 삶, 미래에 대한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이면 좋겠어요.”

틈날 때마다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는 김시후는 과거 격투기 선수 경력을 맘껏 살릴 수 있는 “살 떨리게 화려한 액션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꺼내놓는다. 아쉽게도 그동안 영화 ‘구타유발자’ '베테랑' 등 대부분 맞는 역할을 해왔다는 귀띔과 함께.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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