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god의 뽀얀 외모의 잘생김을 도맡았던 윤계상은 이제 없다. 어느덧 어른, 남편, 이제는 '아빠' 옷을 입은 배우 윤계상이 있을 뿐이다.
10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ENA 수목드라마 ‘유괴의 날’(극본 김제영, 연출 박유영)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과의 인터뷰가 열렸다.
- 반응이 뜨겁다. 체감했는가.
"이제 실감난다. 재밌다는 간결한 평이 많다. 말 그대로 재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 좋아한다는 어른들의 기준은 무엇인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또래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40~50대다. 사우나를 주기적으로 가는데 거기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 god의 팬들은 오랜만의 진짜 윤계상의 모습을 봐서 좋았다고 하더라
"맞다. 팬들이 먼저 알아봐주셨다. 어릴 때 god 모습을 기억하고, 좋아한 분들이 진짜 윤계상이라고 하더라. 어떤 분들은 '이거 연기 아니고 진짜 윤계상의 톤으로 말하는 건데?' 라고 하기도 해서 놀라기도 했다. 그만큼 편하게 연기했기 때문이다"
윤계상이 연기한 주인공 김명준은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소아암에 걸린 어린 딸 희애의 병원비를 위해전처 서혜은(김신록)의 제안으로 큰 병원장 딸 최로희(유나)를 납치해 말도 안되는 일들을 벌였기 때문. 시작은 산뜻하지 못했지만 회차를 거듭하면 할수록 윤계상만의 부성애(父性愛)는 커져갔다. 다소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아빠지만, 그래도 참다운 아빠의 면모를 고스란히 연기했다.
- 윤계상도 세월을 입나 라는 생각이 다들 들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제 오십을 향해 가는 나이다. 그 나이에만 가능한 역할들을 늘 찾고 있다. 다행히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어서 감사한 것이다. 제가 제 모습이 보인다. 젊은 역할의 어떤 비주얼로 승부보는 역할을 하기 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인생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아빠옷을 입은 윤계상은 처음이다.
"그냥 아빠라고 하기엔 사연도 있고, 순박한 아빠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의도는 '납치', '유괴'라는 성숙하지 못한 계기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 희애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겠냐. 외모부터 감정선까지 순박함을 드러내야 했다. 나이가 들어도 내면에는 '순수한 마음'을 다들 가지고 있으니까. 4kg이나 증량도 하고, 순박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약간의 엉뚱한 액션씬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다들 좋아해주시더라. 대본에는 '멋있게' 하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건 명준이라는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 자유롭고 허당미가 돋보여야 한다. '어? 얘가 어떻게 이겼지?' 싶은 느낌이 드는게 좋더라. 촬영하면서 헤어, 메이크업 선생님들이 힘들어하셨다"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헤어스타일도 돋보였다.
"웃긴 얘기지만 헤어스타일 모티브는 과거 흑역사로 남겨진 내 공항 패션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사실 그 때는 제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영 아니었나 보더라. 그 엉뚱한 모습이 명준이와 어울릴 것 같아서 덥수룩한 느낌을 담았다"
그의 말대로 윤계상은 god로 데뷔한지 25주년. 배우로써는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흘러간 시간 만큼 윤계상의 매력은 다양하게 변화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결혼일 것이다.
- 결혼 이후에 달라진 점도 있나.
"아내 인생도 챙기게 되더라. 더 조심스러워졌다. 든든한 동료라고 생각하니까 힘이 난다. 아내가 사업을 하니까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을까 싶어서 집 밖을 잘 안 나간다. 그게 도움이지 않을까 싶다 (웃음)"
- 만나는 역할들이 이제는 한층 더 다른 결인 것 같다.
"그렇다. 잘 나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 스스로 문제를 크게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걸 하면서 변함없이 꾸준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결혼, 아빠 역할 이 모든게 시기상 과거 '육아일기'를 떠올리게 만들더라. 사람들이 다시 정주행도 하는데 알고 있는가.
"그걸 다시 볼 수가 있나. 신기하다. 화면이 제대로 보여지나. 저번에 아내가 그 시절 모습이 좋다고 해주더라. 당시에 나도 몰랐는데 확실히 귀엽긴 하다. 그래서 아내가 그 시절 모습이 보고 싶다고 하면 '유튜브로 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