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난항에 빠졌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에서 연이어 한국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며 너도나도 시리즈 제작에 뛰어든 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일단’ 제작에는 들어가지만 편성 플랫폼을 찾지 못한 작품들도 수두룩 하다. 제작비는 천문학적으로 치솟았지만 내수 시장은 작고, 글로벌 OTT도 이를 모두 소비할 수 없다.

몇몇 화제작은 있었지만 2023년 한해를 뒤돌아보면 크게 흥행한 작품을 손에 꼽기 힘들다. 다양해진 플랫폼만큼 시청자들이 분산된 데다, 해외 성적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뚜렷하게 화제성까지 끌어온 작품은 몇되지 않는다.

연초를 ‘더 글로리’로 화려하게 장식한 넷플릭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점유율 1위 OTT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기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특히 전작의 후광에 힘입어 시즌2가 제작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스케일만 잔뜩 키우고 내실이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디즈니+ 역시 ‘무빙’의 흥행 이슈를 이어가지 못했다. ‘카지노’ 등이 잔잔하게 팬층을 확보했지만, ‘무빙’ 이후로 화제작을 탄생시키는데 실패했다. 역시 국내 시청자 니즈 파악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았지만 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용자 지표마저 하락세를 그리던 티빙, 웨이브는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플랫폼 합산 시 일간활성자이용자수(DAU)가 그나마 넷플릭스에 근접한다.

물론 K-시리즈가 글로벌 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른바 ‘올려치기’ '자화자찬' 분위기에 취해 균형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에 경쟁 상대들은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적인 팬층을 이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일본이 그 예다. 

‘유유백서’는 공개 첫주에 넷플릭스 TV시리즈(비영어) 1위 자리에 올랐다. 물론 ‘마이 데몬’, ‘솔로지옥’ 시즌2, ‘웰컴투 삼달리’ 등 한국 콘텐츠가 차트 10위권에 다수 포진하고 있지만, 일본 역시 뚜렷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28일에는 일본 드워프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은 ‘포켓몬 컨시어지’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대중의 반응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경성크리처’도 언론 공개 이후 혹평을 받고 있다. 멀티 캐스팅에 스타 제작진이 붙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만듦새 때문이다. 물론 K-시리즈가 언제까지 같은 길만 걸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보폭을 맞춘다며 볼거리에 치중하는 동안 정작 K-시리즈의 진짜 강점인 서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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