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가 정규 2집 'OO' 이후 무려 6년 여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미니 앨범 'ZZZ' 이후로 따져도 5년 2개월 만의 앨범이다.
지난 6일 그가 발표한 정규 3집의 제목은 'Zip'. 유튜브 채널 '우키팝'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이언티는 "5년 2개월이면 제가 마지막 앨범 냈을 때 중학교 2학년이었던 분들이 지금 스무 살이 된 거다. 세대가 바뀌었다"라며 "나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 지금 생각보다 많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자이언티가 어떤 음악가인지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좀 정보가 필요하겠다 해서 이번 앨범으로 제 첫인상을 만들자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2011년 싱글 앨범 'Click Me'로 데뷔한 자이언티는 등장하자마자 힙합 R&B 신의 기대주로 떠올랐으며, 곧 대세로 자리 잡는다. 그는 '뻔한 멜로디 (Feat. Crush)', 'Babay', '그냥 (Just)', '꺼내 먹어요', 'No Make Up', '노래', '멋지게 인사하는 법 (Feat. 슬기 of Red Velvet)', '5월의 밤' 등의 곡을 음원차트 1위에 올려놓으며 '음원 깡패'로 불리게 된다. 2010년대 국내 힙합 R&B 인기의 최전선에 자이언티가 있었다.
그 후 자이언티 말대로 많은 시간이 지났다. 현재 가요계는 K-POP 아이돌의 음악이 주류가 됐다. 심지어 음원차트까지 아이돌의 음악이 점령하고 있다.
신선했던 힙합 R&B 가수의 음악은 이젠 다소 뻔하게 들리며 큰 힘을 못쓰고 있다. 자이언티와 함께 2010년대 국내 힙합 R&B 흥행을 이끌었던 크러쉬가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wonderego' 수록곡들, 딘이 4년 6개월 만에 선보인 신보 'DIE 4 YOU' 등은 금세 음원차트 TOP100 밖으로 밀려났다. 예전 같으면 상위권에 오랜 기간 눌러앉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자이언티의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였다. 'Zip'에는 트리플 타이틀곡 'UNLOVE (prod. HONNE)', '모르는 사람', 'V (Peace) (feat. AKMU)'를 비롯해 'How To Use (intro)', '내가 좋아하는 것들 (feat. Benny Benack III)', 'NOT FOR SALE', '투명인간', '불꺼진 방 안에서 (feat. 윤석철)', '돌고래' ,'해피엔딩'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영국의 유명 일렉트로닉 듀오 혼네의 프로듀싱을 받은 'UNLOVE', 악뮤의 피처링을 받은 'V (Peace)' 그리고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는 최민식을 출연시키며 많은 공을 들였지만 순식간에 모든 음악들이 10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자이언티는 애플 뮤직에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노래를 삭제할 때 'Unlove'이라는 버튼을 누르는 것에 영감을 받아 곡 'UNLOVE'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혼잣말인 듯 거짓말인 듯 '나 이 노래 좋아했는데'/ 목이 쉬도록 혀가 꼬인대도 뭐가 좋다고 널 불렀는데 / 단순해서 독해서 그런 너라도 좋아했는데 / 징그럽게 웃겨 우리? 맞아 우린 끝난 것 같아
Unlove unlove Unplug unplug It's over too quick with one click(클릭 한 번으로 너무 빨리 끝나네) / Hold up hold up This is messed up How is it so simple to unlove(잘못됐어. 어떻게 'Unlove'이 그렇게 간단해) / First (first), first it was true love Now (now), now you just unloved / First (first), first it was true love Now you just unloved Unlove
자이언티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 가는 사람들. 곡 'UNLOVE'은 그들이 자이언티에게 하는 말, 그리고 자이언티가 그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에게 있어 '잊혀간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자 고민이다. 그런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듯한 'UNLOVE'은 그래서 가슴을 울린다.
자이언티가 6년 여 만의 정규 앨범에서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이제 사람들이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듣게 된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