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경성크리처’에 등장하는 크리처는 장르를 위한 장치 이전에, 강은경 작가에게 전체 서사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 힘이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생체 실험 자료들을 보다가 모성본능 실험이라는게 있었어요. 그 내용은 너무 참혹하고 비참했어요. 저도 아이 엄마다 보니까.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서 죽음에 대한 공포냐, 아이를 지키는 엄마의 마음이냐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내용이였어요. 그게 너무 힘들게 다가오더라고요. 며칠을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면 경성시대와 크리처가 만나는 캐릭터를 괴롭지만 여기서부터 잡아봐야겠다 해서 빌드업을 시킨거 같아요”

작가의 이런 상상력을 화면으로 구현해낸 감독 역시 메시지에 충실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정 감독은 “장르적으로 자극적이고 재미만 추구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크리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크리처도 희생자 중에 한명이잖아요. 그 뇌에 잠식된 기생충을 초반에 막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잠재돼 있던 엄마의 본능이 나진의 기능을 이겨버리는, 그런 걸 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진다고 꼭 결과로만 이어지는 건 아니였다. 특히 파트1 공개 직후에는 혹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파트2는 물론 시즌2까지 공개를 앞둔 상황에서 제작진으로서 부담감은 없었을까. 정 감독은 “걱정했죠. 왜냐면 갈 길이 많이 남았으니까”라면서도 작게 웃어보였다.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때 자극적이고 초반부터 몰아치고, 이렇게 하려면 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그걸 못한 게 아니에요. 외국 사람들이 1945년도의 시대상이나 분위기를 좀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차곡차곡 밟아간 거 같아요. 이게 맞는 판단이었는지, 안 맞는 판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밟아가면서. 그래서 8~10에서 반응이 좋은 것도 있는거 같아요. 당연히 호불호가 갈린 반응에 대해서는 보고 있고, 그걸 시즌2가 남았잖아요. 거기서 좀 더 보완을 해보려고 노력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글라인
사진=글라인

이렇게 정박을 밟은데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라보는 정 감독의 시선도 담겨 있었다. 그는 “저도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거든요. 학교 다닐때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어요. 이 시대를 다뤄보고 싶었던 데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했던, 제가 몰랐던 데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 잊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징검다리나 환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했어요”라고 운을 뗐다.

또 “(좋게 본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알아가는게 신기했던거 같아요. 저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특히 ‘서울의 봄’을 보면서 그 시대에 대해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한거 같아요. 아마 우리 드라마를 좋아해주셨던 시청자들도 그런데 좀 더 포커싱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이라는 점에”라고 덧붙였다.

정 작가 역시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런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노력해준 넷플릭스 코리아에 거듭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저는 어떤 결과를 예측하지 않고 작품을 써요. 다만 딱 하나의 포인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죠. 감독님이 군데군데 코드를 많이 심었어요. 우리가 왜 이런거에 계속 몸살을 앓는지를 타이틀부터 박았거든요. 한 신도 허비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이런것들을 담아내자 했어요. 재미있게 만들고 감동적으로 만드는건 기본 소명이지만, 메시지들을 계속해서 담아보자 싶었죠. 사용된 소품 하나도 취재 기반이 아닌게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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