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한국영화, 올해의 신인. 이 모든 것이 ’세계의 주인’에 붙는 수식어다. 윤가은 감독이 6년만에 선보이는 ‘세계의 주인’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서수빈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대해 “첫 영화다 보니까 이게 어떤 상황인지 가늠이 잘 안돼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계속 계속 살아갈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감각은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믿기지 않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회사를 통해 캐스팅 디렉터에게 연락이 왔고, 이후 윤가은 감독을 만나 오디션을 보게 됐다는 서수빈. 서수빈은 “감독님은 연기를 준비하지 말고 오라고 하셔는데, 혹시 몰라서 자유 연기를 이것저것 준비를 해갔어요. 그런데 진짜로 대화만 하시더라고요”라고 밝혔다.
“제가 어떻게 컸는지, 태권도는 언제부터 했고, 어떤 알바들을 주로 했고, 지금 다니는 학교는 왜 선택했고, 어떤 학원들을 다녔고…. 연애하기 전에 서로 알아가는 단계에서 하는 대화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는 사실 (오디션 후에)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별걸 다 이야기했다고 생각해서. 너무 많이 이야기를 해서 나한테 실망을 하셨으면 어쩌지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4시간 동안 대화하고 온 날 너무 힘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감독님께 모든걸 다 말했다는 생각에 힘이 들었던거 같아요”

하지만 서수빈의 이런 우려와 달리 윤가은 감독은 ‘세계의 주인’ 주인공으로 그를 발탁했다. 윤가은 감독이 특별히 당부한 말이 있었냐고 하자 서수빈은 “잘먹고, 잘자고, 잘 놀고, 작품과 관련없는 사람들을 만나라고 하셨어요”라면서도 “근데 그게 죄책감이 들었어요. (영화와) 관련없는 일을 할 때마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서, 늘 대본을 지니고 다녔어요. 책 읽고, 영화보고, 그런 일상적인 것들을 많이 하라고 하셨어요. 단지 그걸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주인이를 둘러싼 주변인물들과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선배님들도 다 시간을 내주셔서 맥주 한잔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보니까 그게 된거 같아요.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라고 전했다.
거듭 윤가은 감독의 팬이라는 점을 밝혀온 서수빈은 그의 어떤 점에 그렇게 매료됐을까. 언제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냐고 묻자 서수빈은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는게 맞나? 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때에 운이 좋게도 영화관에서 ‘우리집’을 봤어요. ‘아 진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그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 갔는데, 그 화장실 칸안이 주인공 집 안인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그 영화 안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하고 감독님의 완전한 팬이 됐죠”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 신비한 경험을 이제 서수빈이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됐다. 서수빈은 윤가은 감독의 촬영 현장에 대해 “현장은 정말 감독님을 많이 닮아있었어요. 진짜 따뜻하고 다정하고 치열했거든요. 스태프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빌리자면 ‘안 끝났으면 좋겠다’였어요. 계속 이걸 찍고 싶다고. 그 정도로 모든 스태프들이 감독님 현장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어요”라고 말했다.
“(극중) 가람고 친구 배우들도 현장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현장에 일찍 가기도 했는데 스태프 분들이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에요(웃음). 그래서 적당히 일찍 가려고 노력했어요. 그 정도로 현장에 정성이 가득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카리스마가 넘치시고, 무전기로 들리는 목소리가 긴장을 해야하는 신호니까. 그 소리에 늘 집중을 했어요. 늘 말씀하실때 분명하지만, 다정하게 말씀해주셔서 그게 현장 전반 분위기였던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