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이 ‘우리집’ 이후 약 6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세계의 주인’은 열여덟 고등학생 주인(서수빈)이 수호(김정식)가 주도하는 서명운동을 거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언론배급시사회 당시 내용 스포일러를 재차 당부했던 윤가은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이 영화를 만드는 내내 생각한 건 딱 하나였던거 같아요. 어떤 인물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 삶의 모든 측면을 바라보는 게 가능한가, 내 안에 담겨 있는 고정관념을 떠나서 그 인물을 직접 체험하고 보고 듣고 느끼면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가가 가장 큰 질문이었어요”라고 운을 뗐다.

“(주인공의 설정을 알고 나면) 캐릭터의 특성이 가지는 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힘든거 같아요. 그 워딩이 주는 강력한 공포와 불안이 있어서, 그것이 나가는 순간 ‘그런 소재면 안볼래’, ‘그런건 이미 알아’하는, 저조차도 작용하는 게 있거든요. 그걸 어떻게 최대한 감추면서 (관객과 ‘주인’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게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세계의 주인’ 영제는 ‘The World of Love’다. 제목만 나란히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영화의 느낌을 준다. 어떻게 영제를 지었는지 묻자 윤 감독은 “제목이 너무 어려워요. 제가 제목을 못 짓기로 소문이 난 사람인데. 영제는 특히 어려워요.. 사실 제목이 원래 있던게 아니고, 영제를 어떻게 하지 하면서 시간이 흘러갔어요. 영화를 다 찍고 나서 편집하는 과정에서 진짜 (영제가) 필요하게 됐는데, ‘세계의 주인’의 직역은 어떻게 해도 이상하더라고요. 편집을 하면서 원래 강조하려고 했던건 아니었는데 주인이가 연애에 관심이 많고, 성적인 경험을 해나가고 싶고, 그 안에서 실수도 많이 하면서, 장난스럽게 ‘사랑이 어려워’하는 것도 진짜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가)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주인이가 정말로 갈구하는 게 사랑이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받은 아이인데 그럼에도 이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 용감하게 사랑을 쫓아가는 아이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주인이는 어떤 고통이 다시 찾아오든, 사랑의 세계를 갈구하고, 그리로 나아가는구나 해석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차원에서 ‘The World of Love’라는 제목을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아시아권에서는 직역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그 제목을 더 좋아해주시는거 같고, 오히려 영제는 더 많은 해석이 붙는 거 같아요”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기존에 윤 감독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주인’은 신인들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그럼에도 장혜진, 고민시, 김석훈을 비롯해 배우들이 기꺼이 힘을 보탰다. 윤 감독은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을 성인 배역으로 기용한데 대해 “제 의도이기는 했어요. 저도 오래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고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기대가고 싶었습니다. 신인 배우들이 중심에 들어오면서 이 배우들을 보완해주시고, 특히 관객분들이 느끼실 때 신인 배우에게 정이 붙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신인 배우들이랑 친숙해지는 동안 이를 감싸주는 배우들이 필요해서 부탁을 드렸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배우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진 않았을터.
“이 시나리오를 프러포즈할때가 정말 떨렸는데. 분량이 너무 적고,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을 여기 모시는데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이 작품을 어떻게 보실까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프러포즈를 드렸을 때는 ‘이것은 나에게 주목도가 오면 안된다’ ‘주인의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거 알지’라고 먼저 말씀 하셨어요. 이 주제에 대해서 제가 얼만큼 고민하고 준비했나 물어보시는 선배님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자조 모임의 멤버들같은 경우에는 본인들이 직접 나서서 조사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저도 정신이 없으니까 준비하는 과정에서 못하는데 스스로 준비해주시는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그런 도움을 역으로 받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