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니가 상반기 ‘멜로무비’로 시작해 ‘당신이 죽였다’로 한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해 ‘기생수: 더 그레이’, 내년 ‘기리고’까지 넷플릭스에서만 연이어 네 작품을 소화하게 된 셈. ‘당신이 죽였다’ 공개 소감을 묻는 말에 전소니는 “엄청 기다려왔는데, (공개 일정이) 다가오니까 너무 떨려서 계속 모른척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도 사실 어떤 반응인지 안 보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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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직후 반응을 살피지 못한데는 ‘당신이 죽였다’와 극중 연기한 ‘조은수’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숨어 있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떨리고 조마조마했던 적이 처음인거 같아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바로 반응을 보지 못한 것도 있었고, 은수를 많이 좋아했어요. 너무 멋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 친구가 가진 능력이나 할 줄 아는 것들, 동생이나 엄마를 대하는 사소한 모습들까지도 되게 좋았어서. 특히나 저는 이 작품을 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어요”라고 말했다.

"감독님이랑 이 현장이 너무 너무 좋아서. 촬영이 끝나기 한달 전쯤이었나. 밤에 자동차 신을 찍고 내렸는데 제가 갑자기 막 엉엉 울었어요. 이게 끝나는 게 무섭더라고요. 반응 때문에 떨리기도 했지만, 작품이 나오고 나면 진짜 ‘당신이 죽였다’가 진짜 내 손을 떠나는 거니까 그래서 무서웠던 것 같아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한 ‘당신이 죽였다’. 작품을 제안 받기 이전에 소설 원작을 접했었다는 전소니는 “(원작을 읽은지) 한참 됐어요. 친구가 재밌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 봤어요.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렇진 않는데, 이 책은 유독 사람의 얼굴이 보고 싶어지는 글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영화화 되면 재미있겠다’ 하고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오디션을 본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때는 사실 접점이 없었어요. 그 상태로 한참 시간이 흘러서 영화가 시리즈가 되고 넷플릭스 공개가 확정되고, 그러면서 저한테 왔더라고요. 되게 신기했어요”라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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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 전소니는 극중 백화점 명품관 VIP 전담팀에서 일하는 ‘조은수’ 역을 맡았다. 이성적이고 좀처럼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하나뿐인 친구 조희수(이유미)를 구하기 위해 싸워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복합적인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현재진행형이 조희수, 그리고 가정폭력의 트라우마를 뒤로 하고 현실을 살아가는 조은수는 닮은 듯 다른 인물이기도 했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가정폭력의 무게감을 다루는데 조심스럽진 않았을까. 전소니는 “항상 어려운거 같아요.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상처가 남았어도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는 너무 다르잖아요”라고 운을 뗐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우선 저한테 주어진 텍스트 안에서 이게 정답이라고 정해두고 어떻게 이 결과가 나왔을까 생각하는 편이에요. 보는 분들이 왜 (은수는) 본인의 일에는 나서지 못했으면서, 희수는 구하냐고 하실 수 있을거 같았어요. 저는 이 흐름을 이해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한번의 경험으로 사람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되기 힘들 거 같더라고요. 은수가 이런 행동을 함에 있어서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연속 되어온 죄책감과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마음이 쌓여왔고, 내가 떨어져 있어서 지금은 아닐거라고 믿고 싶은 현실을 엄마를 통해서 보게 됐고, 그러면서 또 희수를 만나게 되는 연쇄적인 것들이 작용했다고 생각을 했어요”

민감한 소재에 접근해야 했던 만큼, 배우는 물론 제작진도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고민을 거듭했다. 전소니는 “사저한테는 이게 되게 먼 일은 아니었거든요. 어느 정도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정말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내가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감독님이랑 희수도 같이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각자 주변의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그게 어려운거 같아요. 어떤 사람을 대변하는 건 언제나 누구한테나 그럴 자격이 없고,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인물을 연기해야 하다 보니까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 도달할 순 없지만, 최소한 이 인물에게 부끄럽지 않게 연기할 수 있으려면 그 전에 주어진 시간을 전부 거기에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②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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