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다수가 사실상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실패하면서 연말 가계대출 창구가 상당 부분 닫힐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은 일단 올해 실행분 주택 관련 대출부터 막고 있는데 만약 수도권 집값이 기대와 달리 뚜렷하게 진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 새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쉽게 대출 문턱을 낮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유토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총 7조3천79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액 한도 목표(5조9천493억원)보다 24% 많다.

당국은 앞서 6·27 대책 발표 당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올해 초 설정했던 규모의 약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축소된 새 수치를 제시했지만, 11월 하순 현재까지 불어난 가계대출 규모가 이미 목표를 24%나 넘어섰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4개 은행 모두 자체 개별 목표를 초과한 상태다. 초과율은 은행에 따라 낮게는 9.3%에서 높게는 59.5%에 이른다.

대상을 5대 은행까지 넓히면, NH농협은행만 유일하게 아직 가계대출 증가액(1조8천억원)이 목표(2조1천200억원)에 못 미쳐 총량 관리에 여유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15 대책 이전 늘어난 주택 거래가 수개월 시차를 두고 실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취급되는 데다가 국내외 주식 등 자산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 수요도 많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비상 조치로 일단 대출 창구를 속속 닫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22일 비대면 채널에서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막았다.

다른 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 은행 대환대출(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같은 날 중단됐다. 대면 창구에서도 24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하지 않는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할 예정이다. 더구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까지 조만간 가계대출 취급 중단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