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을 향한 ‘사드(THAAD·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도를 넘고 있다.

오늘(2일) 중국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이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한 회의를 열어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중단을 구두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행 단체관광은 물론 자유여행이더라도 온·오프 여행사를 통해 항공티켓을 끊고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도 금지된다.

중국 당국은 즉각 한국행 관광상품 모집을 중단하되 이미 계약된 관광상품은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한국행 단체여행 정원을 20%가량 축소한 것에 이어 한국 관광산업을 겨냥한 사드 보복 조치를 노골화한 셈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720만 명으로, 이 중 중국인이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번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로 관광 관련 업계의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 롯데 향한 무차별 공격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달 말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자 어제(1일) 롯데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유통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진행했다. 노골적으로 롯데를 향한 압박을 가한 것이다.

롯데 일부 식품 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의 재입점 심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탈락 통보를 받았고, 한 유통 매장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옥상 네온사인 간판과 입구 앞 광고를 철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롯데 관련 홈페이지 등에 대한 온라인 공격도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의 중국 홈페이지가 다운돼 지금까지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오늘은 롯데면세점의 4개 언어로 된 모든 홈페이지(PC·앱)가 마비됐다가 복구됐다.

롯데뿐 아니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최근 ‘2017년 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 한국의 대표적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브랜드 제품 세 가지를 포함했다.

 

◆ ‘금한령’ 등 한류 콘텐츠도 금지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도깨비’가 최근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는 최근 중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여우쿠(youku) 등 공식 플랫폼을 통한 한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를 중단시킨 것과 유사한 조치로 보인다.

여우쿠 등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런닝맨’ 등 인기 있는 한국 예능프로그램은 2016년 방영분까지만 볼 수 있으며 올해 들어 방영된 분량은 접속이 차단돼 있다. 드라마 또한 올해 방영된 최신 한국 드라마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이름까지 그대로 차용했던 한 중국 방송사는 최근 프로그램 제목을 ‘가수’로 바꾸면서 한국적인 색채를 지웠다.

 

◆ 외교부는 안일한 대응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국민이나 기업들이 느끼는 긴박감에 비해 여전히 안일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부는 사드 관련 중국내 여러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외국기업의 대중국 투자 진출을 환영하며 법에 따라 진출 기업의 합법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간에 여러 도전요인이 있다. 도전요인이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로서는 양국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주요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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