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최고의 기대작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이 개봉 전부터 시네필들의 짙은 관심을 받고 있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가 새로운 살인범 태주(김남길)의 등장으로 잊엊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영화다. 장편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겨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 지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 병수가 살인을 하는 이유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 병수가 살인을 하는 이유의 유무다.

소설 속 병수는 '더 완벽한 쾌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를 안고 살인을 저지른다. 반면 영화 속 병수는 '세상에 널린 죽어 마땅한 쓰레기 같은 사람들을 청소하기 위함'이라 생각하며 살인을 한다.
 

원신연 감독은 “관객들이 병수를 이해하고 그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지의 여부를 가장 고민하고 고심했다”고 전했다. 소설과는 달라진 그의 살인의 이유에 배우 설경구는 싱글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딸을 지키겠다는 목적이 생겨서 몰입하기 수월했다”고 밝혔다. 원작을 즐겼던 관객들이라면 소설과 달리 딸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살인을 계획하는 ‘병수’의 모습을 비교하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 70대에서 50대로 변신한 병수

원작에선 70대 노인으로 등장했던 병수가 영화에선 50대 중년으로 분한 점도 차별화 된다.
 

50대 비주얼을 원했던 원신연 감독의 생각과 달리 배우 설경구는 원작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을 원해 직접 살을 빼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수분장을 하면 표정연기를 잘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제가 살을 빼서 늙어보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해서 당시엔 탈모증세까지 나타나는 등 힘들었다고도 전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하얗게 센 머리와 경미한 안면 경련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그의 비주얼은 관객을 충격 속으로 빠뜨린다. ‘역대급’ 외형에 설경구 특유의 ‘미친 연기’까지 빛을 발해 몰입감을 키운다.

 

‣ 농도 짙어진 캐릭터 비중

병수를 둘러싼 주변 인물도 달라졌다. 영화의 맛을 살리기 위해 여러 역할의 비중이 커졌다.

소설에서 병수가 새로운 연쇄살인범이라 의심하는 박주태는 땅을 보러 다니며 사냥을 즐기는 사냥꾼으로, 뱀의 눈을 가진 차갑고 냉혹한 인물로 묘사돼 있다. 반면 영화에서 박주태는 태주라는 이름의 경찰서 순경으로 바뀌고 비중도 더욱 늘었다.
 

병수는 우연히 접촉사고로 만난 태주에게서 자신과 같은 눈빛을 발견하고 직감적으로 그가 연쇄살인범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병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평범한 순경인 태주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심지어 병수는 알츠하이머로 현실과 망상을 오간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그가 진짜 새로운 연쇄살인범인지, 병수의 망상인지 끝까지 헷갈리게 된다.

또한 소설에서 병수의 딸 은희는 고아원에서 데려온 아이로 병수에 대해 애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인데 반해, 영화 속 은희(김설현)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아빠를 향한 딸의 효심, 딸을 지키려는 아빠의 부성애가 더 진하게 표현돼 병수가 마지막 살인을 결심할 때, 관객들은 병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웃음&긴장감 배가, NEW 캐릭터 등장
 

영화에는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원신연 감독은 병수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영화화하며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인물들을 추가했다.

극 중 병수의 오랜 친구이자 파출소 소장 병만(오달수)은 십수 년 전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으로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열망을 잊지 않고 있는 인물로 영화 속에서 웃음을 주면서도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병수의 누나이자 수녀인 마리아(길해연), 병수의 시 문화센터 동료 수강생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연주(황석정)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해 병수 옆을 맴돌며 예상치 못한 순간 웃음과 스릴을 선사한다.

 

 

사진='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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