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극장가를 공포로 물들일 ‘그것’(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이 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 ‘그것’은 살인과 실종사건이 유독 많이 생기는 마을 데리를 배경으로 한다. 비 오는 어느 날 종이배를 들고 나간 동생 조지(잭슨 로버트 스콧)가 사라지자 형 빌(제이든 리버허)은 ‘루저 클럽’ 친구들과 함께 동생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27년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것의 모습을 한 채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그것’과 마주치며 벌이는 생존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호러무비를 표방하는 ‘그것’은 주제의식이 선명하다.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기의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나 두려움을 찌른다. 여기에 아이들을 하나둘 잡아가는 그것은 삐에로 특유의 미스터리함으로 능란하게 공포심을 전하며 호러의 미덕을 갖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무섭기만한 일차원적 서사가 아니라, 극복과 성장이라는 명확한 주제로 이어진다.

극 중 그것을 쫓는 ‘루저 클럽’ 멤버들은 제각기 다른 종류의 두려움과 마주한다. 말 더듬이 빌은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동생의 환시와 대면하고, 아버지에게 성적 폭력을 받아온 소녀 베벌리(소피아 릴리스)는 화장실에서 피범벅이 된다. 랍비의 아들로 규율에 얽매인 스탠리(와이어트 올레블)는 아버지의 그림 속 인물에게, 몸이 아픈 에디(잭 딜런 그레이지)는 나병 환자에게 쫓긴다. 열다섯 살 어린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의 은유다.

  

‘그것’은 소년들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호러영화의 문법으로 치환한다. 카메라는 주로 사각(斜角) 앵글을 이용해 답답하게 만들고, 단순한 공간조차도 광각렌즈와 망원렌즈를 오가며 일그러뜨리거나 깊이감을 심화해 기묘한 감각을 유지한다. 여기에 살포시 얹힌 사운드 효과도 관객과 스크린 사이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영화 속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 ‘환상’은 오직 주인공들과 관객들만이 공유하는 호러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호러무비보다 성장서사에 가깝다. 아이들은 부모의 보호로부터 벗어나려 시도하고, 친구들끼리 한데 뭉쳐 그들 각자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려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고 스스로 고난을 헤쳐 나가게끔 만드는 건 ‘그것’의 목적이 단순히 호러 쾌감을 전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증거다.

영화는 ‘루저 클럽’ 멤버들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부분은 어쩌면 정통 호러무비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을 관객들에겐 다소 실망스러울진 모르겠다. 하지만 일진(?)인 헨리(니콜라스 해밀턴) 패밀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웃사이더 마이크(초슨 제이콥스)를 구하기 위해 돌팔매 싸움을 벌이거나, 전학 온 친구 벤(제레미 레이 테일러)의 상처를 치료해주려 약국에서 도둑질하는 모습은 소년들의 성장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면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개개인의 트라우마를 우정의 힘으로 맞서 싸우는 소년들의 스토리다. 마치 사자가 어른이 되기 위해 깊고 어두운 절벽에서 힘겹게 기어 올라오는 것처럼, 그 싸움의 과정은 너무도 두렵고 고통스런 과정이다. 난생 처음으로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들이 막막한 공포에 휩싸이는 건 자명하다. 탄탄한 줄 알았던 우정도 이 공포감에 위기를 맞는다.

일반적으로 호러무비에서 가장 큰 위기감은 주인공이 귀신 혹은 악당과 마주쳤을 때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에서는 이와 사뭇 다르다. 삐에로와 루저 클럽이 어두컴컴한 하수구에서 마주쳤을 때는 그다지 큰 공포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가장 큰 공포는 홀로 남겨졌을 때,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때에 전해진다. 즉, 이 영화의 호러를 작동시키는 동력은 ‘관계상실’이다.
 

결국 ‘그것’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음직한, 아이라면 언젠간 경험할 ‘성장’의 현실적 두려움을 전한다. 물론 인위적인 공포에 비해 장르적 쾌감은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감이 전하는 ‘날 것의 공포’는 장르적 쾌감 이상의 무시무시한 감각을 선물한다.
 

러닝타임 2시간15분. 15세 관람가. 6일 개봉.

 

사진='그것'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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