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포스터 속 두 남자가 강렬한 얼굴을 만들고 있다. 한 사람은 조폭이고, 한 사람은 형사다. '통쾌하게! 화끈하게! 살벌하게! 오늘 밤, 싹 쓸어버린다!'는 문구는 영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범죄도시'는 포스터가 가진 전형성을 배신하지 않는 영화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 범죄액션물로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괴물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린다.

'왕건이파' 혹은 '흑사파' 사건으로 불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신흥범죄조직의 보스 장첸을 연기한 윤계상의 잔악무도한 악역 연기도 주요 관람 포인트지만 영화가 가장 크게 기대고 있는 부분은 마동석이 연기한 괴물형사 마석도 캐릭터다.

'우락부락'이라는 수사어가 한국에서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인 마동석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통화하는 와중에도 칼을 든 깡패를 한 손으로 쉽게 제압하는 건 물론, 눈빛만으로도 기를 꺾어버리고, 주먹질 한 번에 어지간한 장정을 그냥 나가떨어지게 한다. 한 마디로 '먼치킨' 캐릭터다. 자칫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배우가 가진 고유의 이미지로 관객들을 쉽게 설득하고, 심지어 유머와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영화는 마동석이라는 남자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려 했음을 숨기지 않는다. 마동석이 연기한 캐릭터의 이름이 배우의 본명과 비슷한 마석도라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물론 이 전략은 효과적이다. '범죄도시'를 볼 대부분의 관객들은 배우 마동석의 거칠고 강인한 이미지에 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힘 하나로 밀어붙이는 주인공의 모양새처럼 영화의 흐름도 시원시원하다. 영화 '공공의 적' 시리즈와 '사생결단' '베테랑' 등 과거 형사 액션무비가 건넸던 특유의 장르적 재미를 단순하게 구현했다. 머리를 써가며 이해할 필요도, 주인공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기대하는 결말을 향해 고민하지 않고 달려가고 있으니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면 그만이다.

악의 무리를 벌하기 위해 그들을 쫓으며 정의를 구현하는 형사들의 고군분투는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강점이다. 그러나 범인을 잡는다는 명분 아래 형사가 룸살롱을 들락거리거나 합법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수사를 하는 장면들이 유머 코드로 활용되고 있는 점은 한국식 형사물의 진부한 단점을 되풀이한다. 한 마디로 영화는 단순하고 통쾌하지만 딱 그만큼 케케묵고 또 신통찮다.

 

 

마동석의 '주먹 한 방 액션'과 비견되는 윤계상의 '악랄하고 섬뜩한 액션',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연기 또한 영화의 볼거리다. 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은 만큼 잔인하기도 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121분. 청소년관람불가. 10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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