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스님과 박영희(가명)씨 간의 성폭행 의혹을 파고들자, 조계종의 다양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주지스님의 이중생활'이란 제목으로, 경북 칠곡군 동화사 소속 S사찰의 주지였던 H스님과 박영희 씨 간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7월, 박영희씨와 그의 어머니는 조계종 본원과 경북지역 사찰 몇 곳에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에는 5년 전, H스님이 25세의 여성을 성폭행으로 임신시켰고 노예처럼 부렸다는 주장이 적혀 있었다.

25세의 여성은 박영희 씨였다. 박영희 씨는 청소년기부터 이유모를 고통에 시달렸고, 이로써 대학까지 그만뒀다. 신병이란 말에 치료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H스님의 S사찰로 들어가게 됐다. 이후 박영희 씨는 S사찰의 종무원으로 일했다. 

박영희 씨는 H스님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번 성폭행 하고 나니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불렀다. 절 주변 무인모텔, 주지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박영희 씨는 H스님과의 성관계로 인해 2013년 딸을 출산했다. 

그러나 H스님의 주장은 달랐다. H스님은 환속(속계로 돌아가는 것) 의사를 밝힌 후 현재 개인적으로 소유한 사찰에 머물고 있었다. H스님은 박영희 씨와의 성관계는 성폭행이 아니었으며, 박씨 모녀가 도박으로 인해 빚을 지고 무속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H스님, 박영희 씨 모두와 절친한 동선스님 역시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등, 심리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주장하는 박영희 씨의 증언이 더 신빙성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박영희 씨 모녀는 조계종에 H스님을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조계종은 이미 H스님이 환속했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씨 모녀의 요청과 H스님의 환속까지는 한 달간의 시간이 있었다. 

 

 

H스님은 박영희 씨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 파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소장에는 첫 관계, 임신 확인 시점, 아이 출산일 등이 시기가 잘못 기재돼 있었다. 박영희 씨는 고의적으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H스님은 S사찰의 17, 18대 주지였으나 1년 1개월간 주지 자리에서 물러났었다. 소장에는 이 시기에 임신, 출산이 모두 이뤄진 것처럼 적혀 있었다. 

박영희 씨는 H스님이 자신을 주지로 재임명해준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소장을 꾸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H스님이 평소 친분을 과시했다는 '상주 성불사 큰스님'이 등장했다. H스님이 상주 성불사 큰스님에게 억대 상납금을 냈다는 것이다. 

상주 성불사 큰스님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서의현 스님으로 추정됐다. 서의현 스님은 1994년까지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연임 후, 3선에 도전했으나 반대에 부딪혔다. 서의현 스님은 결국 멸빈, 즉 조계종에서 쫓겨났다. 

서의현 스님은 조계종에서 쫓겨나고도 평소 친분이 두터운 스님이 있는 상주 성불사에 가 있었다. 서의현 스님은 H스님과 가까운 사이냐는 질문에 대해 부인했다. 

이날 방송에서 일부 스님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묻어버리면 스님들끼리 알아서 정화를 잘 한다", "SBS가 불교 탄압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왜 세상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냐" 등, 취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H스님뿐 아니라, 불교계의 태도가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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