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씨엔블루의 보컬이 아닌 배우로 돌아온 정용화는 단연 주변을 화사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2009년 ‘미남이시네요’로 데뷔, 차근차근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지난 3년간 연기 휴식기를 가지면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사전제작 드라마 ‘더 패키지’를 통해 문제적 관광객 한마루로 변신한 그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배우로서의 성공적인 컴백을 이룩했다. 지난 15일, 명동 FNC WOW에서 만난 정용화로부터 그의 긍정 키워드 11가지를 전해 들었다.

 

#사전제작드라마

“저도 이런 사전제작은 처음이었던지라, 걱정보다는 작품을 너무 보고싶은 마음에 계속 기다렸어요. 방영되기 전에 혼자 보게 해주신다고 했는데도 거절했죠. 혼자 보면 또 재미가 없잖아요. 1년을 기다리는 건 만만치 않더라고요. 우식이한테 연락할 때마다 ‘우식아, 잘 지내지? 밥 한번 먹자. 그래서 드라마는 언제 나오는 거야?’로 대화가 흘러가는 게 우리끼리 레파토리였어요(웃음). 막상 방영이 시작되고 시청자 모드로 가보니, 촬영과 방송이 동시에 이뤄지는 거랑 달랐어요. 1년 전에 찍은 걸 지금 보니까 그리운 마음이 크고, 또 프랑스에 가고 싶어졌어요.”

 

#산마루

“제가 연기한 산마루라는 인물은, 그저 딱 봤을 때 첫인상으로는 호기심 많고 맑은 애예요. 그렇지만 산마루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기 잘못을 알았을 때 바로바로 사과하고, 자기가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걸 강단 있게 지켜내는 모습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도 제가 마루를 닮아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이 친구의 과거사부터 집중적으로 연구하다보니까, 나중에는 내가 하는 행동들이나 말들이 산마루의 것인지 정용화의 것인지 헷갈리게 되는 거예요. 프랑스에서는 절 알아보는 사람들도 없으니까 오히려 산마루에 빠져 산 것 같아요.”

 

#새로움

“여행 소재의 드라마… 새로움에 끌려서 선택한 작품이에요. ‘패키지여행’이라는 소재 뿐이었다면 그다지 안 끌렸을 수도 있는데, 제가 패키지여행을 가본 경험이 없어 궁금했어요. 또 여행객들의 스토리를 옴니버스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더라고요. 다른 드라마처럼 주연 배우 위주의 전개가 아니라, 매 회 화자가 바뀌고, 뼈가 있고 살이 있는 대사들이 공감을 주는 것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어요.”

 

#정조대

“마루가 프랑스 유물인 정조대를 착용했다가 곤란에 처하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반응이 좋더라고요(웃음). 그 장면은 저 혼자 촬영했는데, 감독님도 스탭 분들도 다 웃겨서 컷! 하는 순간 모두 웃음을 터트렸어요. 그 장면은 굳이 편집을 하지 않고 그냥 내보내도 웃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조대는 문화유산이니까 너무 장난같이 다룰 수 없어서 약간 고민되기도 했고요. 실제로 착용한 건 소품인데, 제 신체에 맞게 제작됐어요. 정조대를 만들려고 수치를 잴 때부터 ‘이게 좀 맞나…’ 싶긴 했지만요(웃음). 소품이랑 실물이랑 상당히 비슷하더라고요. ‘와, 이거 진짜로 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득했죠(웃음).”

 

#키스신

“이연희씨와의 키스신이 파격적이다 보니 화제가 많이 된 거 같아요. 제겐 정말 중요한 신이었어요. 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장면이다 보니, 남자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한번 열심히 찍어봤죠(웃음). 감독님께서 나중에 편집하실 때 ‘야, 이거 음악 안 깔면 큰일나~’ 하시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보는 사람마다 ‘야, 용화야. 키스신 장난 아니던데?’ 이렇게 한마디씩 해주시니까 참… 다음 드라마에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웃음)”

 

#사투리

“부산 사투리가 연기할 때 딱히 어려움을 주진 않는 편이에요. 제 최고의 장점은 사람을 잘 따라하는 거예요. 사투리를 고칠 때도 편했죠. 연습생 때에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하면서 많이 고쳤어요.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 서울말도 곧잘 하게 됐어요.”

 

#성장

“‘더 패키지’를 통해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성장했다는 걸 확실하게 느껴요. 몽생미셸에 한 달 동안 있었는데, 그곳은 할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하지만 거기서 지내면서 사람 만나는 걸 꺼려하는 집돌이 집순이 같은 사람들에게 혼자 있는 연습,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딱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조용한 몽생미셸에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아, 이래서 여행을 가는구나 싶었죠. 굳이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사색하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프랑스에 다녀오면서 더욱 성숙해진 것 같아요.”

 

#드라마

“드라마는 2014년에 ‘삼총사’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동안은 두려움도 많았고, 다음 작품만큼은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100프로 있을 때 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은 아무거나 해야겠다는 급한 생각을 갖기 보다는, 나에게 맞는 작품을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해왔어요. 그 정도의 연구가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를 촬영할 때엔 어느 정도의 두려움을 갖는 게 맞긴 하지만, 드라마를 쉬는 동안 계속 대본을 연구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득이 됐다는 걸 ‘더 패키지’를 통해 느꼈어요. 이제 두려움이 좀 사라진 것 같아요.”

 

#롱런

“20대의 마지막인 스물아홉도 이제 두 달 남았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너무 행복한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지난해 찍었던 중국 영화도 개봉했고, ‘삼총사’도 찍고 드라마도 방영하고 앨범도 냈어요. 8년차가 생각보다 되게 오래된 건데, 그래도 그동안 이렇게 많이 찾아주셨다는 게 뿌듯하고 행복해요. ‘미남이시네요’로 데뷔할 때부터 이 인기가 절대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운이니까, 롱런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해야 했죠. 그런 생각이 오히려 제가 스스로를 가두고, 놀고 싶을 때도 참게 만들어줬어요.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로 잘한 일 같아요.”

 

#슬럼프

“슬럼프가 와서 인생이 재밌는 게 아닐까요? 슬럼프가 오는 걸 체감하긴 하지만, 슬럼프를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멋있는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큰 슬럼프는 처음부터 너무 잘된 사람이 그 유명세에 젖어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하이라이트가 옮겨갈 때 발생하죠. ‘어? 나 이제 망했나?’ 하는 생각에 전부 그만 두고 싶어져요. 근데 여기서 한끝 차이인거 같아요. 시작이 좋았던 사람은 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죠. 슬럼프가 오면 전 오히려 좀 즐겨요. 내가 이번 슬럼프를 어떻게 이겨나갈지 고민하는 거예요. 힘들긴 한데, 오히려 내 마음에 솔직하다 보면 음악적 영감이 생겨나요.”

 

#30대

“이제 곧 30대인데, 30대 정용화는 멋있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아이돌처럼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30대, 40대가 되면 그 나이에 걸맞는 활동을 하려고요. 과거에만 젖은 채 살고 싶지도 않고, 그때 나름대로의 연기와 음악을 하고 싶어요. 30대에 음악방송에 나가면 후배들로부터 ‘와~ 저 선배 진짜 멋있게 늙어간다’ ‘저 선배는 원하는 음악도 하고 연기도 잘 한다’고 감탄하는 소리를 듣는 게 목표예요.”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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