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낙태죄 폐지 문제의 공론화에 동의하며, 중단됐던 '낙태 실태조사'를 8년만에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입장에, 각 단체는 찬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낙태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청와대의 실태 조사와 현행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공론이 필요한 데는 동의했지만, 낙태죄 폐지엔 완강히 반대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은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고 여성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임신을 하면 낙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다. 권리 주장만 있고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생명경시 풍조 만연, 낙태하지 않으려는 친부모가 주변의 낙태 요구에 법적으로 보호받거나 권리를 행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개인이나 대중의 견해가 아니라 의사들이 연구한 팩트를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12월 3일부터 전국 교구에서 주일 미사 때마다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 반대 청원을 올리고, 기도운동도 펼치고 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조국 수석이 언급한 프랑치스코 교황의 말에 대해 "조국 수석은 마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입장 변화를 시사하고 있는 것처럼 언급했다"면서 "교황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2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전반적으로 법에 대한 잘못된 사실 전달과 생명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반생명적 관점을 담고 있다"며 "현행 모자보건법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신중절을 허용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상 임산부가 자의적으로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임신 중절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태아가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살아 있는 인간인 이상 태아의 생명권은 절대적으로 여성의 행복추구권 보다 무거운 가치"라면서 "형법상의 낙태죄 처벌 조항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유일한 법적 안전장치다. 이 법률을 폐기하기보다는 더 강화시켜서 조국 민정수석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남성과 국가까지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른 입법의 방향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곳곳의 여성단체를 대표하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청와대의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시키는 기존 이분법 구도의 한계를 짚은 점, 현행법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한 점, 남성과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점 등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보다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성단체연합은 "현행의 모자보건법에 허용사유를 추가하는 방식보다는 전면적으로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청소년 피임 교육을 보다 체계화한다는 정부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현행 성교육표준안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당장 임신중단이 필요한 여성에 대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등 주장을 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2월 2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검은 옷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그러니까 낙태죄 폐지'란 제목으로 발언하고 행진할 예정이다. 

 

사진=천주교주교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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