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집계돼 전체가구 중 1위를 차지했으며 2045년에는 800만 가구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36.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가구 급속한 확대와 더불어 연말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친구, 연인, 직장동료, 지인들과 어울려 각종 회식과 송년회로 한 해를 마무리했던 것과 달리 홀로 연말을 즐기는 ‘나홀로’ 족이 증가하는 추세다.
 

스스로를 씨네필이라 자부하는 정다빈(29)씨는 “연말엔 영화를 봐야한다”고 말하곤 한다. 극장가 대목을 맞아 가볍게 보기 좋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로맨스의 계절’이란 수식어처럼 로맨스, 감성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속속 개봉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말 극장가 이벤트도 그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정씨는 “술을 마시는 건 1년 내내 할 수 있지만, 개봉 영화들은 이 시기가 아니면 극장에서 볼 수 없다. 특히 좋은 영화들이 연말연시에 몰려 있기에 혼영을 결정했다”며 “따뜻한 영화를 보고, 헛헛한 마음을 채워보려 한다”고 말했다.

연말연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뭐니뭐니해도 송년회 술자리다. 하지만 최근 혼놀이 인기를 끌면서 억지로 왁자지껄한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보다, 정씨처럼 혼자 조용히 영화를 보는 걸 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인 관람객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은 여러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CGV에 따르면 2012년에 7.7%였던 1인 관객 비율은 지난해 13.3%까지 뛰어올랐고, ‘나홀로 관객’이 개봉 첫주 영화를 보는 비율은 72.4%로, 2인 이상 관객의 57.4%를 웃돌았다.

싱글들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연말 특수를 노리는 극장가의 프로모션 이벤트도 활발하다.

메가박스는 12월 한 달 간 '왕좌의 게임'을 진행, 메가박스 이용 기록을 바탕으로 부문별 1위를 선발해 2018년 메가박스에서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 할 수 있는 '무비 프리패스(6개월)'를 증정한다. 또 롯데시네마는 모바일 앱에서 매점 메뉴를 주문하면 영화관에서 빠르게 음식을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 ‘바로팝콘’을 론칭하며 혼영족의 편의를 살피고 있다. 이는 모두 혼영족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그렇다면 이처럼 혼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에 혼영만 20편 이상을 한다는 신동우(26)씨는 타인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내 취향껏 영화를 볼 수 있음을 꼽았다. 그는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관람하려면, 시간대를 맞춰 만나고 취향을 맞춰 작품을 고르고, 특히 인기작이라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까지 숙고해야 한다”며 힘듦을 토로했다. 이어 “혼영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편하게 극장을 방문해 볼 수 있다”는 걸 가장 큰 강점이라 밝혔다.

최근에서야 혼영의 맛을 깨닫게 됐다는 직장인 강순오(27)씨는 멀티플렉스 극장 내에서 즐길거리가 많은 점도 혼영을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예전엔 혼자 가면 심심할 것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멀티플렉스 극장 안을 둘러보니 식당, 오락실, 쇼핑 등이 있어 혼자 가도 심심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복잡한 극장 안에서 둘셋이 몰려다니는 것보다 혼자 다니는 게 편한 것 같다”고도 전했다.

여기에 더해 한 해의 막바지에 이른 12월 극장가엔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영화들이 대거 찾아온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아쉬움에 몸서리 치고 있다면, 이젠 ‘혼놀’의 성지로 변모하고 있는 극장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혼영은 쓸쓸하지 않다.

 

사진=싱글리스트 DB, flickr.com, 메가박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