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집계돼 전체가구 중 1위를 차지했으며 2045년에는 800만 가구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36.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가구 급속한 확대와 더불어 연말 풍속도도 달라지고 있다. 친구, 연인, 직장동료, 지인들과 어울려 각종 회식과 송년회로 한 해를 마무리했던 것과 달리 홀로 연말을 즐기는 '나홀로' 족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픽사베이

 

직장인 김정연(28)씨의 '원픽'은 맥주 '파울라너 헤페바이스비어'다. 편의점에서 500ml짜리 4캔을 1만원으로 묶음 판매하는 제품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구매한다. 옅은 바나나 향과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에서 안정을 느낀다. 안주는 곁들일 때도 있고, 맥주의 맛만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눈은 쉬지 않는다.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로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중간 중간 SNS를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지금 마시는 술과 보고 있는 영상물을 찍어 올리는 '홈술 일기'는 그의 소소한 취미다.

김씨가 '홈술'을 즐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술자리는 좋아했으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1년 전, 취업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했고 조금씩 맥주에 매료됐다. 그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혼술·홈술은 자취생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자유"라며 "대형 할인마트의 수십 여 종에 달하는 맥주를 하나씩 '도장 깨기'처럼 모두 맛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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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해양조㈜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지난해 성인남녀 903명을 대상으로 '혼술'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2.1%의 응답자가 혼술을 한다고 응답했다. 혼술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혼술 장소는 '집(92.6%)'이었다.

혼술을 하는 이유로는 '과음하지 않고 마시고 싶은 만큼만 마실 수 있어서(39.9%)' '혼자서 조용히 술을 즐기고 싶어서(39.8%)' '영화감상 등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며 마실 수 있어서(33.9%)'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안주 및 주종을 선택할 수 있어서(27.0%)' 등의 답변이 있었다.

김씨는 이번 연말에도 "각종 모임이 끝나면 집에서 혼술을 즐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2월엔 모임이 잦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정슬비(25)씨는 제일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간단히 와인을 기울이는 것으로 여유를 누리고자 한다. 정씨는 "취준생이다 보니 돈도 부족하고, 사람들 만나서 피곤하게 보내기보다 혼자서 조용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연말을 홀로 보내는 이유를 밝혔다.

알바천국이 2246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생 연말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62.2%가 송년회 및 연말모임이 '꺼려진다'고 답했다.

연말모임을 꺼리는 이유로는 '비용지출이 부담돼서(48.3%)'였다. 이어 '혼자 조용히 연말을 보내고 싶어서(12.7%)'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10.9%)' '과음 등 건강이 걱정돼서(9.2%)' '취업준비 때문에(6.2%)'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임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나홀로 술자리가 확산하는 것이다.

 

리센트 '빈즈 접이식 테이블'

 

김씨나 정씨같은 홈술족들이 늘어나면서 가전 업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나만의 작은 바를 만들 수 있는 '홈바 테이블' 제품이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MBC 싱글라이프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선보인 '나래바'의 인기도 이에 기여했다. 원룸에도 들일 수 있는 미니멀한 사이즈에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이 특히 고객들의 눈길을 차지한다. 홈바 테이블을 장만한 후 취향 따라 미러볼이나 향초 등 작은 소품을 올려 두면 전문 바가 부럽지 않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입맛대로, 먹고 싶은 만큼, 내가 원하는 속도로 마실 수 있어 그 어느 술자리보다 자유롭고 편안하다. 홈술을 즐기더라도 과음은 자제하고, 너무 오래 마시지 않도록 해야 2017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홈술의 절대 원칙은 '낭만적이고 즐겁게 마실 것'이다. 외로움마저 즐기는 홈술족들에게 2017년 마지막 한 잔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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