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이어짐

공동체의 삶, 지금 같은 시대에 보편적인 삶이라곤 할 순 없다. 그러다보니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과 걱정이 잇따르는 게 사실이다.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니, 타인에게 이 삶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체에 모여든 청년들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다. 

 

 

Q. 공동체 생활을 하면 자신만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진 않을 것 같아요.

신영 :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면야 가질 순 있어요. 하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함께 있는데, 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게 자연스럽진 않은 듯해요. 같이 살기 위해 이곳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이들과 매 순간 함께 하고,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려는 의지가 충만했으니까.

명연 :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어떤 때는 혼자 있고 싶어요. 그런 시간이 분명 필요하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당연히 그런 시간을 가져요. 방에 혼자 있기도 하고, 산에 가기도 하고 그 시간은 다양하죠. 그래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훨씬 가치 있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아요.

선아 : 찻집 일은 주로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 그러다보니 오전에는 여유롭게 홀로 시간을 보내요. 그럴 땐 고요한 중에 쉼을 얻기도 해요. 그런데 또 완전히 혼자 살았을 때와는 느낌이 달라요. 시간의 질이 다르죠. 함께 지내던 친구들이 일을 나가도, 그들의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기에 저 스스로도 홀로 남은 오전에 맑은 기운을 유지할 수 있어요.

 

Q. 공동체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혼자만의 취미가 있나요?

선아 : 저는 방에서 요가 수련을 해요. 30분에서 1시간씩 꾸준히 하죠. 어떤 친구는 등산을 하고요.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성숙해지기 위해 혼자서 꾸준히 하는 것들이 하나씩 다 있어요.

신영 : 명연 오빠는 기타를 치고 저는 춤을 춰요. 근데 이걸 굳이 혼자만의 영역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공동체 사람들과 나누려고 하는 편이에요. 최근 마을 사람들 전체가 모이는 ‘한마당 잔치’가 열렸는데, 거기서 오빠는 기타를 치고 제가 춤을 췄어요(웃음). 그냥 자랑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해요.

명연 : 그림, 도자기, 판소리 등 다들 취미가 다양해요. 어떤 형은 칼을 가는 게 취미래요. 신영이가 말한 것처럼 나 혼자 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건 참 많이 달라요. 누군가와 내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재밌죠.

 

 

Q. 가족 분들은 공동체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신영 : 저희 부모님은 아쉬워 하세요. 딸과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하시거든요. 저도, 제 친오빠도 비혼이라 주변에 아이가 없는데 이 마을에 오니까 조카들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한순간 엄청 많은 아이들의 이모가 된 거죠. 그렇게 여러 가지 경험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부모님도 이해해 주시고 대견해 하세요.

명연 : 공동체의 삶, 비혼 청년들끼리 모여 사는 삶 자체에 대한 부모님들의 반응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비슷하기도 해요. 저희 어머니는 제가 사는 방에도 와보시고, 우리 마을 행사에 참석하기도 하셨어요. 처음에는 남자 넷이서 어떻게 사냐고 걱정하셨는데 ‘너희가 나보다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어떤 점에선 부모님 세대가 마을살이를 더 쉽게 이해하신다고 생각해요. 이웃과 더불어 마을로 지내면 유익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더 잘 아시기도 하거든요. 요새는 어머니가 홍천에 있는 '밝은누리움터' 에서 살고 싶다고도 말씀하세요. 마냥 가시겠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같은 진지한 고민을 하시더라구요. 

선아 : 저희 부모님도 처음엔 걱정을 하셨었어요. 제가 '더 잘 사는 삶을 살겠다'고 말씀을 드리니,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하셨어요. 이후 마을에서 매달 내는 마을신문을 부모님댁으로 보내드리며 설명드리고, 사는 모습도 보여드렸더니 이해해 가시는 폭이 넓어지셨어요. 특히 '마주이야기'를 마을친구들이 힘써 돕는 준비과정을 들으시고 감동하셨어요.

명연 : 이곳 ‘마을찻집 마주 이야기’는 밝은누리 청년들이 힘을 합해 만든 곳이에요. 벽부터 바닥까지 전부. 2010년에 홍천으로 이사를 해서 ‘밝은누리움터’라는 곳을 꾸려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쪽에서 생태건축을 하는 ‘흙손’이라는 친구들이 찻집 공사를 도와줬어요.

선아 : 제 자본과 역량으로는 힘들었는데 마을의 많은 벗들이 도와줘서 오픈했죠. 부모님은 찻집이 변화된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라셨어요. 벗들과의 어우러진 삶, 이 선물 같은 시간을 지켜보신 뒤부터는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해를 해주시더라고요.

 

 

Q.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본인의 삶이 많이 바뀐 것 같나요?

명연 : 삶에 대한 고민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내가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 하지?’ ‘내가 왜 이 회사를 다니지?’ ‘결혼은 언제하지?’ ‘나중에 나이 먹으면 어떻게 살지?’ 같은 질문이 주를 이뤘죠. 그러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인가로 질문이 바뀌고, 그 질문이 해결되고 나니까 이젠 뭐… 함께 지내는 친구들과 쭉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난 후부터는 그 이전의 물음표들이 많이 사라졌어요.

선아 : 과거에는 많은부분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다 생각해요. 취직 잘 되는 학과에 진학해 병원 일을 하게 됐죠. 하지만 마을에 살면서는 깊은 사귐속에 절 잘아는 친구들이 제게 ‘너는 이런 걸 잘하는 것 같아’라는 주변 얘기가 구체적으로 들려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찻집을 꾸리고, 사랑방 공간을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걸 실행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변화죠. 예전에는 결혼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로 제 안의 질문이 바뀌었어요. 옆에 있는 존재들을 더 사랑하고 싶고, 성숙해지고 싶어요.

신영 : 연애를 안 하거나, 결혼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피어날 때마다 이 상태를 빨리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마을에 오고 나니까 여기서는 비혼이든 기혼이든 큰 차이가 없더라고요. 비혼이라고 해서 완전히 고립된, 미완성인 존재로 사는 게 아닌 거죠.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뒤 그 사실을 처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사고방식 역시 많이 바뀌었어요. 돌을 맞이한 조카들도 자주 보다보니 육아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고요. 경험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신영 : 마을의 언니들에게서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한때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어서 우울감에 빠져 지냈는데 같이 사는 언니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어요.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앞으로 제게 동생들이 많이 생기면 아낌없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선아 : 그저 맴돌고 있는 것만 같은 때가 있었죠. 신기하게도 밝은누리에 오면서 힘을 얻게 됐어요. 마을 아기들이 절 보고 웃고 안기고 서로 온기를 나누는 것, 밥상, 찻집, 마을 골목 골목에서 만나 서로 인사건네고 안부묻는 좋은 친구들, "이모 이모" 하며 따르는 학교 아이들의 밝음과 생기가 제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요. 이들에게서 힘과 좋은 기운을 얻어요. 돌아보면 제 삶이 정말 공기처럼 이 흐름을 타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요.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어요.

명연 : '3포세대' '5포세대'란 말을 많이 하잖아요? 처음에는 제 필요 때문에 마을에 오고 같이 살게 됐지만, 공동체의 삶이 그런 사회적인 어려움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운동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이건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비혼 청년들이 상생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기 때문이겠죠. 단순히 나만 잘 사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비혼 청년들과 더 깊은 만남을 갖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진 최교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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