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12월25일 EBS ‘까칠남녀’에서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성소수자 특집’을 내보냈다.

 

 

‘까칠남녀’는 EBS가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35분에 방송하는 국내 최초 ‘젠더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25일부터 2차례에 걸쳐 ‘모르는 형님-성소수자 특집’을 방영할 예정인 가운데 첫 회에는 LGBT를 대표해 지난 2015년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하고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김보미씨,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강명진씨,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씨,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씨가 출연했다.

'왜 굳이 커밍아웃을 하느냐'는 질문에 김보미 전 회장은 "누군가의 존재가 인정받으려면, 먼저 그 존재가 인지되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트랜스젠더인 박한희 변호사는 '(성적 정체성이)바뀔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바뀔 수 있는지 가능성과 무관하게, 바꾸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섹슈얼인 은하선 작가는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이해가 아닌 받아들여야 하는 차원의 문제”라며 "100% 공감할 필요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게이인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의 차이를 묻는 말에 '성별 정체성'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라면, '성적 지향'은 "나는 누구를 바라보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세상에는 이분법적인 남성과 여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성별 정체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MC 박미선은 방송 내내 성소수자 4명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난 기성세대잖아. 너희들 얘기를 들은 뒤 솔직히 말하면 내 머리가 굉장히 네모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유롭지 못하고, 여기 네모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 굉장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라고 고백한 뒤 “무지와 편견을 해소하는 데 몹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소수자를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자체가 차별”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날 ‘까칠남녀’는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4명과의 토크를 통해 다르다고만 생각됐던 성소수자들의 아우성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성소수자 특집 예고가 올라온 지난 23일부터 ‘까칠남녀’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방송을 중단하라는 게시물이 대거 올라오는가 하면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방송 당일 성명을 발표해 “동성애 옹호 방송을 즉각 취소하라”라고 요구했다.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은 오는 28일 경기 고양시 EBS 사옥 앞에서 해당 방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멀기만 한 생각의 간극을 확인한 양쪽 모두에게 ‘크리스마스의 악몽’인 날이었다.

사진= EBS '까칠남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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