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여성 1인가구는 2005년 175만3000가구에서 2015년 261만가구로 10년 새 80만가구 이상 늘었다. 전체 1인가구(520만3천가구·2015년 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2%로 절반을 웃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 여성 1인가구가 43.2%로 가장 많고, 20대(15.4%)와 50대(15.3%) 등의 차례로 비중이 높다.

최근 인구사회학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로 1인가구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1인가구의 부상은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 형태의 가족을 대신하는 다양한 가족의 등장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상징한다. 특히 여성 1인가구 생활실태 및 정책수요를 연구해온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김영정(47) 연구원을 28일 만났다.

 

 

“1인가구는 혼인 상태별, 이유별, 소득수준별로 다양해요. 연령대별 욕구와 상황도 크게 차이가 나고요. 20~30대 청년 1인가구는 취업이나 주거문제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고, 40~50대 중장년 여성 1인가구는 경제적 불안감이나 외로움의 문제가 크죠. 60~80대 고령 여성 1인가구는 질병 시 대처, 고독, 경제적 불안감이 크고요.”

1인가구라는 게 '거주를 누구와 하느냐'로 출발하는 개념이라 주거문제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기본적인 요소다. 경제적 기반이 없는 청년세대의 경우 특히 주거에 있어 특히 취약하다. 고시원·원룸·연립다세대·옥탑방 등에서 월세로 많이 지낸다. 반면 고령 1인가구의 자가 소유율은 70%에 이르지만 전 재산이 집 한 채인데다 근로소득이 없으므로 경제적 상황이 결코 좋은 편은 아니다.

“그동안 1인가구를 모두 포함한 정책은 없다시피 했어요. 독거노인(고령 1인가구) 정책지원이 유일하다시피 했죠. 1인가구 정책이 빈곤층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책 대상이 협소하고 사회서비스의 일환으로 기능했어요.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요양 등을 지원했던 거지 대부분의 1인가구가 건강하게 살기위한 정책은 아니었던 셈이죠. 그나마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여성 1인가구 정책을 내놓으면서 타 지자체에서도 여성, 50대 독거남, 청년 1인가구 등을 위한 정책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김영정 연구원은 1인가구의 다양성에 주목한다. ‘1인가구=가난하고 비참한 집단’이란 편견을 경계한다. 1인가구가 다른 가구유형에 비해 더 가난하기에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건 아니다.

 

 

“1인가구는 너무 다양한 집단이에요. 1인가구 전체가 열악한 상황은 아니란 거죠. 골드미스·미스터로 윤택하게 지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고시원을 전전하는 층도 공존해요. 1인가구의 정책적 의미는 ‘더 어려운 처지’라서가 아니라 경제적 위험이 닥쳤을 때, 질병에 걸렸을 때와 같이 ‘같이 사는 사람이 없기에 보완재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가족구성원이 1명이기 때문에 정책대상이 됐는데 세대별, 개별 기반으로 정책지원 방향이 보다 세밀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인가구 조례를 제정했다. 타 지자체에서도 하나씩 생겨가는 추세다. 다행으로 여긴다.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실태조사, 기본계획 수립, 사업시행이 강제되기 때문이다.

여성 1인가구도 세대별로 고통을 여기는 부분이 다르다. 청년 1인가구는 불안전한 주거지와 안전문제에 불안을 많이 느낀다. 특히 안전에서 성 차이가 가장 많이 드러난다. 소득 수준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훨씬 나쁜데 주거비용은 더 많이 지출되는 이유가 안전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2가지 문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저렴한 주거비용의 공공임대주택이 대거 확충돼야 한다. 주거가 안정이 되면 취업과 경제활동 역시 안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이 보장된 여성안심주택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면적이 너무 좁은 문제 등은 차차 개선해 나가야할 사안이고요. 대안주거형태로 떠오르는 셰어하우스,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주택 등의 경우 이웃이 생긴다는 중요성이 커요. 위기의 순간을 같이 해결하면서 친목을 도모할 수 있고요. 커뮤니티 공간이 조성됨으로써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되거든요.”

 

 

중장년 여성 1인가구는 이혼, 사별로 갑자기 1인가구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회·경제적 독립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의 위기감이 크다. 경력단절이 오래 돼 왔기에 취업도 힘들다. 이렇듯 생계 문제와 더불어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여성 1인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 1인가구는 취미활동과 더불어 경제활동을 하며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싶은 욕구가 크다. 평균수명 연장이 이뤄지며 이런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적인 것만이 정책지원은 아니겠죠. 경제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강화해야하지만 유럽의 ‘액티브 에이징(활기찬 노후)’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서 어르신들이 더욱 활발하게 사실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세심한 배려를 해야죠. 노인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파악 및 공헌에 관심이 많은 특성을 활용해 지역 내 봉사·자치활동이나 마을공동체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고립을 방지하고 사회적 관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정책 마련과 집행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다. 여전히 집에 가면 “왜 결혼 안하느냐?”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야 인생이 완성되고 그러지 않으면 결핍된 존재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죠.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선택에 대해 존중해줘야 해요. 혈연가족과 같이 살지 않더라도 인정해주는 시선이 필요하며, 자유와 독립은 누리되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도록 나라 시,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김 연구원은 자연스레 ‘젠더(Gender)’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박사학위 논문도 이주여성 문제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거쳐 2014년 9월부터 여성가족재단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유학을 하며 처음으로 1인가구가 됐던 그는 이제 비혼 1인가구로, 1인가구 생태계를 연구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혼자 사는 삶에 불만이 없어서 비혼으로 지내고 있어요. 1인가구가 제 얘기이기도 해서 지금의 일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다는 아니더라도 저희들의 연구가 정책으로 반영되는 거고, 서울시에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바꾸는데 기여할 수 있으니까 만족스러워요."

다만 나홀로족 여성으로서 안전문제는 늘 고민거리다. 과거 몸이 아파 혼자 간신히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을 필요가 있겠다고 절감했다. 세대를 뛰어넘게 된 고독사도 그런 연장선상의 문제일 터다. 김 연구원은 직장동료에게 이유 없이 결근했다거나, 연락이 지속적으로 안 될 경우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확인차 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귀띔했다. 현명한 행동임에 분명함에도 왠지 마음이 씁쓸해졌다.

 

사진 최교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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