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어렸을 때 알파벳이 몇 개인지 몰랐다. 영어가 적힌 쿠키 깡통을 보면 새로운 글자를 열심히 찾곤 했다. 글자가 그림으로 보이던 시절이었다.

 

세계 지도는 어린 내게 너무나 큰 무한대였다. 세계 지도가 여러 개라고 생각하던 어린아이였다. 난 세상이 끝없는 세계인줄 알았다. 이제 나는 인간의 언어가 어떤지, 지도가 어떤지 아는 슬픈 나이가 됐다.

 

황경신 작가의 에세이 ‘슬프지만 안녕’ 중 ‘세상의 끝 마지막 킬러(부제 터너의 변주곡)’에는 기억을 상실한 킬러가 의뢰인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기억을 없애는 내용이 등장한다. 종말을 앞둔 세상의 끝에 누가 이일을 맡을까? 우리는 왜 사랑의 기억을 지우려 할까? 상념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한없는 세상, 그대의 빈자리를 향해 부르는 노래 ‘Il mondo’가 포개진다.

 

이탈리아 인기 가수 지미 폰타나가 부른 이 곡은 1965년 제2회 ‘여름의 디스크’ 페스티벌 입상곡으로 영국 로맨스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에 삽입돼 감동을 지피며 재조명 받기도 했다. 칸초네로는 보기 드물게 철학적인 내용이 도드라진다.

 

 

<no, stanotte amore non ho piu pensato a te

ho aperto gli occhi per guardare intorno a me

e intorni a me

girava il mondo come sempre

아뇨, 오늘밤 난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눈을 떠서 내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은 언제나처럼 돌아가고 있었어요.

 

gira, il mondo gira nello spzio sensa fine

con gli amori appena nati,

con gli amori gia- finiti

con la gioia e col dolore

세상은 돌고 돌아가요

그 끝이 없는 우주 속에서

금방 시작된 사랑과 함께

끝내버린 사랑과 함께

 

della gente come me

oh mondo , soltanto adesso , io ti guardo

nel tuo silenzio io mi perdo

e sono niente accanto a te

나와 같은 사람들의 기쁨, 슬픔과 함께

오, 세상에나

이 순간 나는 당신을 바라봐요

당신의 침묵 속에 길을 잃은 나는

당신 곁에 없어요.

 

ll mondo,

non si e fermato mai un

세상은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죠.

 

momento,

la notte insegue sempre il

낮이 가면 항상 밤이 찾아오고

 

giorno

ed il giorno verra

또 아침이 밝아와요

 

oh ,il mondo

오 세상은

 

ll mondo,

non si e fermato mai un

momento,

이 세상은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죠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ed il giorno verra

낮이 가면 항상 밤이 찾아오고

또 아침이 밝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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