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 및 로봇 덕후들은 영화 '퍼시픽 림'(2013)을 추억한다. 높이 79m라는 역대급 육중함으로 대지를 가르는 집시 데인저를 기억하는가.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전작보다 3m 더 커진 82m의 집시 어벤져를 대동하고 돌아왔다. SF 영화 사상 최대 크기 로봇의 등장이다.

 

 

이렇게 크기를 강조하는 것은, 그게 '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처음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단순하다. 그리고 그만큼 명쾌하고 멋지다. '전투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영화 홍보 카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문장이다.

 

덕심보다 크게 돌아왔다

이야기는 간단하게, 비주얼은 화려하게.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전통적인 미덕이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의 강점은 이 미덕을 십분 발휘했다는 데 있다.

 

 

높이 82m의 집시 어벤져는 물론,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77m의 세이버 아테나, 원거리 전투에 능한 73m 가디언 브라보, 파괴력이 굉장한 71m 브레이서 피닉스까지 로봇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중무장했다. 갑작스럽게 출몰한 88m의 예거, 옵시디언 퓨리도 있다. 이들은 막강한 크기로 빌딩을 던지듯 관객의 심장을 주무른다. 아, 작은 히든카드 스크래퍼도 잊어선 안 된다. 12m의 '귀요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주는 매력적인 친구다.

 

 

로봇뿐만 아니라 괴수, 카이주도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높이 52m의 하쿠자, 92m의 슈라이크쏜, 107m의 라이진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들은 각각 절지동물, 전작 '퍼시픽 림'의 슬래턴, 티라노사우르스를 떠올리게 하는 외형을 갖췄다. 최후에는 세 카이주의 합체형 카이주, 높이 128m의 메가 카이주가 등장한다. 세 카이주가 합체하며 더 강력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어릴 적 자주 보던 특촬물의 그것이다. 예거와 카이주가 벌일 SF 사상 최대 스케일의 육탄전을 기대해도 좋다.

 

문제아에서 영웅으로

영웅담에는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은 비주얼로 훅을 날리고 감동으로 마무리한다. 이 영화에는 크게 두 명의 성장하는 문제아들이 등장한다. 제이크 펜테코스트(존 보예가)과 아마라 나마니(케일리 스페이니)다.

영화는 전작에서 펼쳐졌던 전쟁이 끝나고 10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범태평양연합방어군은 재발할지도 모를 카이주와의 전쟁에 대비해 전투 로봇 예거의 개발과 이를 조종할 파일럿 후보생들의 육성에 전력을 다한다.

과거 전쟁에서 인류를 구하고 전사한 영웅 스태커 펜테코스트의 아들 제이크 펜테코스트는 거리의 삶을 살다 재입대한 후 예거 파일럿인 레인저가 돼 새로운 리더 자리에 오른다. 카이주로 인해 아픔을 겪은 아마라 나마니 역시 예거 파일럿이 되기 위해 입대한다. 내부의 적으로 인해 인류는 카이주의 습격을 다시 맞이하고, 범태평양연합방어군은 새로운 예거 군단과 함께 이에 맞서 싸운다.

 

 

제이크는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으나, 그 기억 때문에 오히려 예거 파일럿 자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딱딱한 군대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물이다. 고아 소녀 아마라는 천부적인 기계 공학 재능을 지녔으나 낙하산으로 입대해 훈련병 무리에서 갈등을 맺는다. 아마라의 반항적인 눈빛과 야생마같은 활달함은 그가 펼칠 활약을 기대케 한다.

세계적 인기를 끈 드라마 '스파르타 쿠스'의 각본과 제작, 마블과 넷플릭스의 합작품 '데어데블'의 제작을 맡은 스토리텔러 스티븐 S. 드나이트 감독은 이 두 사람을 통해 스스로를 믿어야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제이크와 아마라는 각자의 결핍을 딛고 새로운 용기를 보여준다.

극장 문을 나서면 '퍼시픽 림: 업라이징'이 엔딩에서 예고하는 3편에 호기심이 높아질 것이다. 제이크의 대사에 따르면 돌아올 3편의 세계관은 완전히 새롭다. 러닝 타임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3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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