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하는 찬란한 4월과 5월, 슬픈 역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수많은 양민이 학살당한 제주 4.3사건, 무고한 300여 명의 학생과 시민이 생명을 잃은 세월호 참사,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군사정권의 총칼에 쓰러진 광주민주항쟁이 일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그 날'을 추모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1948년 제주의 아픈 역사를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완성도 높게 담아낸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감독 오멸)는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특별 상영된다. 30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시작해 4월3일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8일 아리랑시네센터에서 막을 내린다. 상영회에서는 관객들과 대화를 진행한다.

 

 

지난 2013년 개봉해 14만 관객을 모은 ‘지슬2’는 낯설고 무거운 역사적 사실을 촘촘한 묘사로 담아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4개 부문 수상, 제29회 선댄스영화제 한국영화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 제4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초청, 제19회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성과를 올렸다.

 

◆ 눈꺼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인 ‘눈꺼풀’(감독 오멸)은 지난해 4월 개봉 이후 1년 만에 재개봉한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비통한 감정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문석범 성민철 이상희 출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 조합상과 CGV아트하우스상을 수상했다.

 

 

죽은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섬 미륵도엔 먼 길 떠나기 전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떡을 찧는 노인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 커다란 폭풍이 몰아치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섬에 찾아온다. 하지만 쌀을 빻을 절구통이 부서지고, 우물물이 썩어 더 이상 떡을 만들 수 없게 되는데... 4월 개봉.

 

◆ 그날, 바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8시30분경과 8시50분경으로 사고 발생 시간에 대한 진술은 엇갈리고, 세월호 항로를 기록한 데이터는 각기 다르게 기록되거나 사라졌다. 과학적인 분석과 자료수집, 4년간의 치밀한 조사로 오직 팩트로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그날을 추적한다.

 

 

‘그날, 바다’(감독 김지영)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첫 다큐멘터리다. 세월호 운항 정보인 AIS 항적도를 바탕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침몰 원인을 과학적 분석과 증거로 접근한다. 물리학 교수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자문과 당시 세월호 내 블랙박스, CCTV 등을 토대로 오직 ‘팩트’로만 승부한다. 배우 정우성이 내레이션에 참여하고, 최근 검찰 조사로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밝혀지는 등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4월 개봉에 눈길이 쏠리는 중이다.

 

◆ 416프로젝트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제작한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공동의 상흔으로 남은 그 기억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다.

 

 

세월호 생존학생과 세월호 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어른이 되어’(오지수 연출), 세월호 참사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름에게’(주현숙 연출), 세월호 부모님들이 느끼는 상실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상실의 궤’(문성준 연출), 세월호가 거치 된 목포신항의 낮과 밤의 모습을 담은 ‘목포의 밤’(엄희찬 연출)까지 총 4편의 작품으로 구성돼 아픈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찾아가는 극장인 ‘공동체상영’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감독 박기복)은 아들의 의문사 이후 시간이 1980년 5월에 멈춰있는 엄마 명희(김부선)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 희수(김꽃비)가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법대생 이철수(전수현)의 의문사를 액자식 구성으로 그려 현재까지도 아픈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한 가정이 서로를 보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 부모 자식 세대뿐만 아니라 지역 간 화합을 담아냈다.

 

 

평범한 일상부터 1980년 5월 광주, 긴박했던 그날의 상황까지 실감 나는 모습을 빚어낸 ‘난방투사’ 김부선과 ‘독립영화 요정’ 김꽃비를 비롯해 악랄한 사복경찰 영찬 역 이한위, 신예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 한다영이 고른 호흡을 이룬다. 5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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