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무기징역수 이선균의 슬픔과 상처로 어른이 된 이지은의 눈물이 안방극장에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사진=tvN)

지난 29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초록뱀미디어) 4회는 이지안(이지은 분)과 박동훈(이선균 분)의 사연이 그려졌다.

박동훈(이선균)은 이지안이 다짜고짜 입을 맞추려고 했던 것을 두고 “뇌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보니까, 한 번 구해주면 강아지처럼 꼬랑지 착 내리고 따라붙을 줄 알았어?”라며 화를 냈다. 어린 여자에게 자신이 만만해 보였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이지안은 “남자랑 입술 닿아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그냥 대봤어요. 지겨워 보이길래 그랬어요”라고 무심한 답변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월 오륙백을 벌어도 저렇게 지겨워 보일 수 있을까. 대학 후배 아래서. 그 후배가 자기 자르려고 한다는 것도 뻔히 알면서 모른 척.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이라며 박동훈의 폐부를 찔렀다.

물론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입을 맞춘 건 도촬사진으로 ‘상사와 여직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루머를 만들어 도준영(김영민 분)에게 그를 자를 수 있는 빌미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안이 까치발을 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을 보고 “남자가 아닌 여자가 하고 싶었던 것”을 파악한 여직원 때문에 이 작전은 실패했다.

이날 박동훈은 이지안에게 감정의 동요를 일으켰다. 박상훈(박호산 분)을 다독이는 박동훈의 말이 이지안에게 울림으로 다가간 것.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안 돼.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 게 없어”라고 말했다. 이를 도청하던 메마른 이지안은 과거, 사채업자인 광일(장기용 분)의 아버지에게 할머니 봉애(손숙 분)가 맞는 걸 보고 칼을 들었던 모습을 회상했다.

어린 나이에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그녀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을 터.

살아온 날들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경직된 인간 이지안을 알아보고 “상처받아 너무 일찍 커버려 불쌍하다”고 말하는 박동훈. 그리고 꾸역꾸역 최선을 다해 매일을 살아가는 인간 박동훈을 “성실한 무기징역수”라고 지칭한 이지안.

각자의 삶의 무게를 버티고 있는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밑바닥을 내보였다. 그래서 이지안은 울었고, 박동훈은 “나를 아는 게 슬퍼”라고 말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나의 아저씨’는 매주 수, 목 밤 9시30분에 방송되며, 국내 방영 24시간 후 매주 목, 금 밤 9시 45분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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