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적에 마녀가 있었다. 핏빛 전설을 뒤로 한 채 마을에 숨어든 마녀는 기억을 지웠으나 어느날 그녀의 인생에 격랑이 인다.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6월 27일 개봉)가 19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스산한 오프닝으로 시작을 알린 영화는 예상 못한 전개와 폭발적인 액션 장면을 속도감 있게 이어나가며 시원한 쾌감을 선사한다. 남자 일색 영화만을 고수하던 박훈정 감독이 여성 주연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의 강점과 도전이 뒤섞이며 '마녀'만의 새로움을 더하는 퀄리티 세가지를 창출했다.

 

이게 바로 한국형 '엑스맨'?

'마녀'는 의문의 시설에서 도망쳐 나온 자윤(김다미)이 10년 후 자신을 찾아오는 낯선 이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액션이다. 집안의 농장에 보탬이 되기 위해 TV 오디션에 참가한 자윤이 낯선 이들의 시야에 포착되고, 그들로 말미암아 자꾸만 되살아나는 자신의 과거를 정통으로 맞닥트리며 커다란 혼란을 겪는다.

국내에서 본 적 없는, 또는 할리우드의 '엑스맨'과 '로건' 등의 싸이킥 영화를 연상시키는 소재와 액션은 이 영화가 올 여름 극장가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각을 맞춘 듯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싸이킥들의 액션 대결은 확실한 눈요기다.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고 다루는 이들 중 누군가는 벽을 타고 가르지르며, 천장을 높이 뛰어오르고, 쉽게 죽지 못하는 이들을 장난감 다루듯 하기도 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초인의 힘들은 관객들에게 거듭 놀라움을 선사한다.

 

순수하면서도 신비로운 신예, 김다미

신예 김다미는 영화의 퀄리티를 더하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펼치며 인상적인 데뷔를 치렀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자윤 역을 차지했다는 김다미는 자윤에게 필요한 얼굴들을 모두 갖췄다. 부모님을 극진히 생각하는 평범한 여고생의 얼굴, 밀려오는 과거로 인하여 혼란의 늪에 빠진 얼굴, 그리고 한 순간 관객들의 소름을 돋게 만들기 충분한 반전의 얼굴 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어리고 순수해보이면서도, 어딘가 의뭉스럽기도 한 신비로운 마스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동안 뇌리에 꽂혀 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대전 장면에서는 탄력적이고 절도 있는 액션 솜씨를 뽐내며 마스크와는 상반된 매력을 발산한다.

 

여성 일색 '걸크러쉬' 영화

'신세계' '악마를 보았다' 등 남성들의 권력 세계를 탐구해온 박훈정 감독에게도 '마녀'는 새로운 방점이 되는 작품이다. "'마녀'는 걸크러쉬 페스티벌이다"라고 말한 조연배우 박휘순의 말처럼 여고생 싸이킥 자윤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며, 주인공에 대적하는 인물 닥터 백(조민수) 또한 독창적이고 강한 여성 캐릭터다.

미스터 최(박휘순)와 또 다른 싸이킥 귀공자(최우식) 또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자윤과 닥터 백의 대립은 그 어떤 장면보다도 서늘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특히 닥터 백 역의 조민수는 남성적 톤이 강했던 닥터 백의 대사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녹여내며, 남성을 밟아 올라가는 저돌성과 냉철함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자칫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소재와 스토리에 경쾌한 활력을 불어넣는 자윤의 친구 명희(고민시)와 귀공자의 동료 긴머리(정다은) 역시 각각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러닝타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6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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