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감독 이해영)이 할리우드 대작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개봉 32일만에 500만 관객을 목전에 뒀다. 과연 관객의 마음을 훔친 ‘독전’ 속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들의 면면을 되돌아봤다.

 

‣ 조진웅 vs 류준열...신구(新舊) 연기신들의 눈빛 대결' 
 

‘독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역시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과 류준열의 짜릿한 눈빛 대결이다. 영화는 형사 원호(조진웅)가 베일에 가려진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선생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조직에서 버려진 의문의 사내 락(류준열)이 등장하면서 이선생의 흔적을 쫓아간다.

이 과정에서 조진웅과 류준열은 서로 다른 온도로 러닝타임 내내 전력질주한다. 원호는 수년 간 쫓아온 이선생에 집착하며 광기에 휩싸이는 형사로 분해 99도씨의 물처럼 끓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면모를 드러낸다. 이때 등장한 락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이선생님이 그러신 거라고요?”라는 말과 함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얼음처럼 냉랭한 눈빛을 분출한다.

적확히 다른 온도의 두 캐릭터는 서로 공조하면서도 의심의 끈을 놓지 않는다. 중간이 없이 팽팽하게 맞서는 두 배우의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조차 종잡을 수 없이 사로잡으며 극의 재미를 120% 업그레이드 시킨다.

 

‣ 김주혁 - 진서연, 역대급 마약 연기
 

‘독전’의 서사 주인공은 조진웅과 류준열이지만, 존재감만으로 따지면 고(故) 김주혁과 진서연이 주인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으로 분한 김주혁과 그의 연인으로 등장한 보령 역의 진서연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정말 약한 것 아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간 한국에서도 마약 소재의 영화는 종종 있었지만, 제대로 된 약 중독자 연기는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에서 일명 ‘약쟁이’ 연기의 프로토타입은 김주혁-진서연이 될 전망이다.

초점 흐린 눈, 조금은 어눌한 듯 하지만 공포를 유발하는 말투, 무서울 것 없는 ‘독고다이’ 면모까지. 개봉 직후부터 팬들은 이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N차 관람러들이 다시금 극장으로 발길을 이끄는 데는 하림-보령 커플의 힘이 컸다.

 

‣ 김동영 - 이주영, 말없이도 느껴지는 존재감
 

마약 제조업자로 등장한 김동영, 이주영도 김주혁-진서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산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특이한 점은 말 한 마디 내뱉지 않는 ‘농아’ 역이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관객들에겐 익숙지 않은 수화를 사용하면서도 몸짓과 표정, 이 두 가지 요소로만 진폭넓은 감정을 전달한다.

첫 등장에서는 수화로 농담도 던지면서 유쾌함을 뽐내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마약 업자 특유의 냉정함으로 무자비한 총격 액션까지 선보이면서 ‘말 할 수 없는 공포’를 선사한다. 아직은 신인급인 두 배우가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즐비한 ‘독전’에서 이런 연기력을 선보이자, 관객들은 더욱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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