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시대, 온라인 상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세계 아이돌’(이하 ‘이세돌’)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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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VR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올 한 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그룹이다. ‘메타버스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이세돌’이 지난 주말이었던 17일 왕성한 활동 속 데뷔 1주년을 맞았다.

‘이세돌’은 걸그룹이지만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의 걸그룹이 아니다. 6인의 멤버(아이네, 징버거, 릴파, 주르르, 고세구, 비챤)는 각자 VR(가상현실) 아바타를 내세워 아이돌 멤버인 동시에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한다.

‘이세돌’의 시작은 현재 온라인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활동 중인 스트리머 ‘우왁굳’의 방송 콘텐츠였다. 우왁굳은 지난해 여름 시청자를 모집해 VR 음성채팅 프로그램인 ‘VR Chat’상에서 고정적으로 ‘사이버 아이돌’ 콘텐츠를 꾸려 나가려는 시도를 했고, 리얼리티를 위해 오디션까지 거쳐 6명의 멤버를 모집했다.

사진=네이버 카페 '왁물원'
사진=네이버 카페 '왁물원'

단순 개인 방송의 콘텐츠로 시작된 ‘이세계 아이돌’은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와 실력, 멤버 개개인의 매력으로 트위치 코리아 시장을 장악했고, 해외와 달리 불모지였던 국내 버추얼 크리에이터 시장에 불을 지폈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이세돌’은 우왁굳과 계약을 체결하며 실제 기획사 구도를 이뤘고, 지난해 12월 17일 발매한 데뷔 싱글 ‘RE : WIND’가 멜론 실시간 차트 최고 32위, 벅스 실시간 차트에서는 무려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후 올해 3월 초 발매된 두 번째 싱글 ‘겨울봄’ 이후 단순 콘텐츠의 영역을 벗어나 대형 팬덤을 갖춘 트렌드 세터로 자리잡았다. 콘텐츠의 퀄리티도 ‘VR Chat’ 프로그램을 넘어 언리얼 엔진 등을 이용해 정교해진 그래픽 기술을 선보이며 인기에 걸맞게 상승 중이다.

사진=네이버 카페 '왁물원' 캡처
사진=네이버 카페 '왁물원' 캡처

대형 기획사가 아닌 아직까지 온라인 크리에이터 집단에 머물러 있어 커버곡 위주의 활동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이파리’라는 팬덤이 네이버 카페 순위 2위에 자리한 우왁굳의 팬카페 ‘왁물원’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파생된 높은 수준의 인력들과 고용된 전문 인력이 합쳐서 다수의 양질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겨우 중순을 지난 이번 12월, 높은 인기와 1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기를 증명하듯 ‘이세돌’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멤버 아이네는 우왁굳의 개인 방송에서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시청자들인 ‘고정 멤버’들과 함께 개최한 ‘고멤 가요제’에서 발표된 오리지널 곡들을 매쉬업 한 영상을 발표했고, 또 다른 멤버 릴파는 데뷔 초 모바일 게임 ‘에픽세븐’의 사운드 트랙인 ‘Promise’를 커버한 영상을 공개한 것이 인연이 되어 정식 OST 커버곡 ‘Always With You’를 선보이며 뛰어난 가창력과 영상 퀄리티를 뽐내기도 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비챤 또한 잔나비의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커버 영상을 올리며 팬들의 풍성한 12월에 한 역할을 했다.

특히 멤버 고세구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그룹 ‘HoneyWorks’의 곡 ‘긍지 높은 아이돌’을 번안해 부른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2주만에 100만 조회수를 돌파한데 이어 커버곡과 연계해 데뷔 1주년 직후인 지난 18일 유튜브에서 온라인 단독 콘서트 ‘TOUR’를 개최했다. 콘서트는 우왁굳의 개인방송과 유튜브 단독 송출을 합쳐 10만명이 넘는 실시간 시청자를 기록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현재 ‘이세돌’은 명실상부 국내 온라인 서브컬처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며 메타버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 2022년 12월 트위치트래커 기준 국내 평균 시청자 수 상위 20위 안에 모든 멤버들이 포진해 있으며 개인 방송 평균 동시 시청자수 6000명 이상, 트위치 팔로워와 유튜브 구독자는 전원 20만명 이상을 달성했다.

사진=네이버 카페 '왁물원'
사진=네이버 카페 '왁물원'

‘이세돌’은 최근에는 내년 공개를 목표로 3집 작업과 함께 카카오페이지와 손을 잡고 오리지널 웹툰을 제작 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멤버 릴파도 고세구의 뒤를 이어 오는 23일 콘서트 ‘Dream Again’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이 ‘이세돌’과 우왁굳이 공든 탑을 쌓는 과정이었다면, 다가오는 2023년은 그 성장과 노력이 단순 서브컬처 시장을 넘어 버추얼 콘텐츠 산업을 메이저로 끌어올리는 시발점이 될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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