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경험과 티켓파워를 갖춘 아이돌부터 록, 발라드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박장현 역시 남성 보컬그룹 브로맨스 멤버로 활동하던 당시 뮤지컬 제의를 받기도 했다.

”브로맨스 막내(이현석)는 뮤지컬배우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죠. 그때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피해주지 않을까, 못 견딜 거 같아서 결국 도전을 포기했어요. 별로 내향적이진 않은데 책임감이나 강박이 심한 듯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랬던 그가 뮤지컬 도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고은성 덕분이다. 절친 후배가 된 고은성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노래를 잘한다. 뮤지컬 쪽으로 오면 빛이 날 거다. 무조건 해라“라고 강추했다.

든든한 뒷배 역할은 여동생(뮤지컬 배우 박미현)이 해줬다. 성악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뮤지컬학과를 전공해 1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뮤지컬 출연 결심을 했을 때 동생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줬다. 그랬기에 첫 작품을 연착륙할 수 있었다.

사진= 유튜브 'MBC Radio봉춘라디오' 방송캡처
사진= 유튜브 'MBC Radio봉춘라디오' 방송캡처

”가수로서 노래할 때는 절제를 더 많이 하게 돼요. 리스너들 입장에서 화자가 어떤 상황에 놓인지 보이진 않으니까. 반면 뮤지컬은 상황이 보여지니까 맘껏 울부짖을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이렇게 직접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혼자 콘서트를 하면 보통 2시간이 소요된다. 한곡 한곡 짧게 채워가며 중간 흐름을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 반면 뮤지컬은 그 흐름을 내가 잡는 순간 확 꺼지는 느낌이 든단다. 나란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2시간30분 동안 끊김이 없어야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세계다. 하지만 둘 다 매력적이다.

”요즘은 뮤지컬이 더 재밌어요. 가수는 혼자 서니까 외롭기도 하고 압박감이 크죠. 무대에 오른다는 게 시험대에 매번 올라가는 듯 벅차게 여겨지고요. 뮤지컬은 함께 공연하니까, 내 실수를 품어줄 수 있는 동료배우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죠. 한때 무대 서는 게 힘들어서 가수를 포기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뮤지컬은 힐링이 되는 무대인 거 같아요.“

‘헤드윅’ ‘모차르트!’ ‘오페라의 유령’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은 다 해보고 싶다. 최근 고은성이 출연 중인 뮤지컬 ‘멤피스’를 관람했는데 로큰롤에 심취한 백인청년 휴이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다.

”자기만의 생각과 의지가 강해서 태도로 그게 보여지는 인물이에요. 달타냥이 그런 케이스죠. 정의만 바라보고 그게 태도로 나타나는 면이 있으니까. ‘멤피스’를 보면서 휴이 역할을 하면 되게 재밌겠다 싶었어요. 송스루 뮤지컬이라 내 장기를 보여줄 수도 있고요.“

늦깎이 뮤지컬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것도, 해야할 것도 많지만 가수 활동도 게을리 할 순 없다. 싱글앨범을 준비 중이다. 대중의 마음에 확실하게 닿을 수 있는 몇곡을 미니앨범 식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콘서트에 이어 올해도 전국을 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욕망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가슴 속에 휘영청 들어찼다.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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