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매해 퀴어영화 팬들과 시네필들을 설레게 하는 2018 서울프라이드영화제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오는 11월1일부터 7일까지 7일간 개최된다.

 

올해 서울프라이드영화제는 작품성과 화제성을 두루 지니고 있는 작품을 엄선해 상영하는 만큼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시네필들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한 월드 프라이드,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 상영작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 월드 프라이드 섹션 - ‘쏘리 엔젤’ ‘레퓨지’ ‘인생의 반’...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의 신작 ‘쏘리 엔젤’이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한다 하여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이기도 했던 이 작품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프랑스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HIV/AIDS 액트업 활동기를 배경으로 40대 작가인 자크와 20대 학생 아르튀르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다.

  

'쏘리 엔젤'(위 부터) '핀란드의 이방인'

2017 런던LGBT영화제와 시애틀, 클리브랜드에서 진행된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핀란드의 이방인’(감독 미코 마케라)은 시리아 난민과 핀란드 청년의 러브스토리를 잘 녹여내 멜로드라마로서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 이 작품과 더불어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나이지리아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레퓨지’(감독 레안드로 고딩요)와 이집트난민출신의 동성애인권활동가를 그린 애니메이션 ‘인생의 반’(감독 타마라 쇼가올루)은 현재 전세계에서 대두되고 있는 이슈를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를 통해서 보여준다.

단편으로 제작되었지만 존재감 있는 ‘마니볼드’(감독 친티스 룬드그렌)와 ‘나의 스페인식 웨딩’(감독 세르지오 레이, 빅터 퀸테로) 역시 놓쳐서는 안 되는 작품이다. 2018 선댄스영화제와 2017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청받았던 ‘마니볼드’는 33살의 무기력한 고학력 백수인 여우, 마니볼드와 고압적인 성격의 엄마가 집으로 찾아온 세탁기 수리공이자 늑대인 토마스에게 동시에 반한다는 애니메이션이다. ‘나의 스페인식 웨딩’은 게이인 아들의 결혼식을 할머니에게 숨기기 위해 결혼식 당일, 아들의 생일파티라고 할머니에게 속이려 전전긍긍하며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쾌발랄한 가족 소동극이다.

 

'마리오'(위 부터) '체리 그로브 스토리'

올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영화 ‘마리오’(감독 마르셀 기슬러)는 같은 축구팀의 선수이면서 게이커플이기도한 마리오와 리온이 두 사람의 관계를 당당히 밝히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의 차별행태를 보여준다.

미국에 위치한 파이어 아일랜드의 역사를 다룬 ‘체리 그로브 스토리’(감독 마이클 피셔)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소수자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던 마을공동체의 유실에 대해서 조망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로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화면과 감각적인 편집으로 치열한 예매가 예상되는 작품이다.

 

‣ 아시아 프라이드 섹션 - ‘이브닝 섀도우’ ‘엄마의 유산’ ‘분홍색 알약’...

올해 아시아 국가의 이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인도다. 지난 9월6일 인도 대법원은 영국 식민지배 시절 제정된 반(反)동성애 법안을 150년만에 폐지, 성인 간에 합의된 동성 성관계를 합법화한다고 공식적으로 알려 화제가 되었다.

 

'이브닝 섀도우'(위 부터) '그녀의 길'

이에 따라 올해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는 인도에서 제작된 작품 ‘이브닝 섀도우’(감독 스리다르 랑가얀)를 주목했다. 전통에 갇혀 사는 인도 남부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고압적인 아버지에 의해 억지로 결혼할 위기에 처하자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불화와 안전상의 위협을 인도 특유의 밝은 톤으로 만들었다.

중국 왕이다 감독의 ‘그녀의 길’ 역시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당하여 괴로움을 겪는 레즈비언 여성을 다뤘는데 ‘이브닝 섀도우’와는 다르게 상당히 진지하고 어두운 색채로 채웠다. 이처럼 가부장적 사회인 아시아 국가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의 삶을 각 나라의 성향대로 비교해볼 수 있다.

올해는 이성애자인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레즈비언 여성을 이야기한 새로운 접근도 아시아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토모코 타카하시 감독의 ‘너는 바다’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토코와 연인사이로 발전한 주인공 카이토가 어느 날부터인가 여자친구의 시큰둥한 반응에 불안감을 느껴 여자친구의 뒤를 밟아본다는 드라마로 사랑하는 연인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수반되는 행동을 일본작품답게 섬세하게 묘사했다.

 

'너는 바다'(위 부터)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그대'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의 한 교실, 짝꿍 장 허를 짝사랑하던 리 보는 장 허가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을 듣고 동성애 성적 지향을 치료할 수 있다는 분홍색 알약을 구해 짝꿍을 도와주려 한다는 중국 작품 ‘분홍색 알약’(감독 샤오샨 씨에) 역시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다.

홍콩반환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과거 홍콩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홍콩 퀴어 영화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소개된다. 바로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그대’(감독 사이먼 청)다. 고등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였던 케빈과 제이미가 십 년간 만나지 못한 채 지내다 재회하지만 사회적 기대와 마음이 달라 고민하게 된다는 드라마로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의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