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라고 부르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배우 김해숙의 진솔한 이야기를 29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들어봤다. 영화 '3일의 휴가'에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김해숙은 해맑게 기자들을 맞이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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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지금, 김해숙은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마주했는데, 많이 울었다. 특히 강기영 배우가 제일 많이 울더라. 영화를 보면 볼수록 나도 기분이 묘해졌다. 다들 아마 비슷하게 느끼셨겠지만 각자가 가진 엄마에 대한 추억들이 툭 하고 튀어나와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목 그대로 죽은 엄마가 하늘에서 내려와 보내는 애틋한 3일의 휴가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모두를 뭉클하게 만들어 지난 27일 열린 '3일의 휴가' 시사회에서는 눈물바다를 이뤘다. 보기만해도 눈물이 나는 영화인데, 촬영 당시에는 어땠는지 물었다. 

"찍을 당시에도 울컥한 점이 많았다. 영화 제목만 들어도 다들 울컥하지 했을 것이다. 다들 '엄마'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나니까. 그래서 더더욱 조심스럽고 연기가 어려웠다. 흔히 구태의연한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 억지로 울리겠다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많이 담았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있다. 가까이 있지만 솔직하지 못한 관계를 재밌게 풀어내고 싶었다. '복자'가 딸 진주(신민아 분)의 모습을 볼 때 단순하게 애틋한 마음보다는 그 관계 속에서 서로가 갖고 있는 상처를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연기했다"

모든 장면이 '엄마'로 시작해서 '엄마'로 심금을 울리는 영화 '3일의 휴가'.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김해숙은 "모든 장면이 다 안타깝고 슬펐다. 그리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엄마랑 가까이 지냈지만 나는 짜증 많은 딸이었다. 어련히 알아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엄마가 하는 잔소리는 나도 견디질 못했다. 항상 부모 마음이라는 건 늘 걱정이 많은 게 당연한데,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집중했다"고 진솔한 마음을 전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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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김해숙 표 '엄마'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거나 혹은 매정하고 냉혹한 역할들이 많았다. 이번 '3일의 휴가'에서 선보인 엄마는 어떤 엄마였는지 물었다. 

"하고 싶어서 한 역할은 아니다. 내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사실은 '엄마' 외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엄마'의 틀에 갇혀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서 엄마 역할을 맡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정말로 연기를 해보니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엄마들이 있다. 이런 배경, 저런 배경 속에 살고 있는 엄마들을 내가 마주하자고 다짐했다. 상상조차 해볼 수 없는 배경 속 엄마들을 마주할 때마다, 연기 갈증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추억이 많다며 김해숙은 남다른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영화가 각별한 이유는 항상 소중한 걸 놓치고 살게 되는 요즘을 떠올릴 수 있어서 그렇다"며 "너무 바쁘다 보니 가까운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주는 환경이 익숙하지 않냐. 부모한테는 이상하게 ‘고맙다, 사랑해’를 못해본 거 같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쉽지 않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안고 있을 수 있으니까 모든 것들을 소홀히 하게 되는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가족의 소중함, 부모의 소중함, 메마르고 건조한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법을 다들 알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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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해숙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뒤늦게 후회하고 가슴 아파 하지 말고 지금 쉽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따뜻한 감정을 모두가 느끼면 좋겠다. 역할을 받을 때 모든 엄마를 대표하는 느낌으로 정말 열심히 찍었다. 저도 누군가의 딸, 엄마이기도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해숙은 9년 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론 딸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 딸이 옛날의 내 모습이랑 닮았더라. 영화를 통해서라도 모든 관객들이 잠깐이지만 나중에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전하셨으면 한다. 힘들고 지치기 쉬운 요즘. 자극적인 작품보다는 인간성, 가족애를 줄 수 있는 단비 같은 역할이 되면 좋겠다. 가족이 있어야 나도 있으니까 그게 감성의 밑받침이 되니 서로에게 모두 표현하고 느낄 수 있도록 가족 영화로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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