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이다. 1919년 전국 곳곳에서 울러 퍼진 ‘대한독립만세’의 물결은 100년이 지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뜨겁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 역을 맡은 배우 고아성은 이번에 참 많이 울었다.

언론 시사회 때도, 인터뷰 때도 고아성은 그날과 유관순을 생각하면 지울 수 없는 죄책감과 책임감, 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을 감추지 못했다.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에서 봤던 유관순 열사 그 자체이기도 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21일 종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고아성과의 인터뷰를 되짚어본다.

고아성은 ‘항거’를 준비하며 심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했다. 특히 며칠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몸을 준비하는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실질적인 감량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에도 도움이 됐죠. 막연히 그 캐릭터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희 영화에서 초반에 권애라가 단식투쟁을 했다고 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것처럼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감독님과 약속된 금식이었냐고요? 누가 먼저 하자고 말을 꺼낸 건 아니었어요.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물도 안 마신 단식이었는데 서서히 줄여가니 괜찮더라고요. 실제 단식 사례를 많이 찾아봤죠. 단식을 하고 나서도 서서히 음식을 늘리는 게 중요하고요”

‘항거’는 독립투사 유관순의 모습을 다루기도 하지만 동시에 후회하고 흔들리는, 인간 유관순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고아성은 유관순 열사를 준비할 때 어땠을까.

“사실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는데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와 함께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쓴 편지를 함께 주셨어요. 거기에 리더에 대한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나라 분들뿐만 아니라 체 게바라 같은 세계 지도자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잘하고 있는지 물어본다는 거였죠.

그걸 보고 저도 막연한 방향을 찾았어요. 피상적으로 제가 알던 유관순 열사님은 강인하고 카리스마있고...하지만 영화에서는 후회도 하고, 눈물도 보이고, 의견도 공유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다루죠. 사실 그래서 죄책감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신념이 뚜렷하고 휘말리지 않는 강인한 독립투사로만 생각하다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니 정말 우리가 큰 빚을 그분께 졌구나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감옥에서 유관순이 독립 선언서를 외치는 그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감동이 최고조로 오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장면을 준비할 때 고아성은 며칠간 많이 고민하고 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 촬영에 들어가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정말 많이 긴장했어요. 독립 선언서 대사를 하는데 그 부분이 양도 많고 길기도 했지만 선언서를 외쳤을 유관순 열사의 마음을 생각하니 더 긴장이 됐죠. 제 생각에는 아우내 장터부터 독립 선언서를 낭독했을 거라고 봐요. 그런데 그 아우내 장터 이후 감옥에서 1년이 지났음에도 그걸 기억한다는 건 일 년 동안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었다는 거겠죠. 그리고 1주년 때 딱 처음 외쳤을 거예요. 제 심장 소리가 마이크에 들릴 정도로 긴장했어요(웃음)”

“그 장면은 타이트한 얼굴샷으로 시작해서 하늘을 보면서 대사를 해요. 그러다가 한 명씩 아이콘택트를 하면서 찍어요. 그런데 타이트한 샷을 찍느라 모두 등지고 있었음에도 그 마음이 저에게 전해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딱 ‘내가 왜 혼자 짊어지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티 상에는 클로즈업이 대부분이니 오로지 내가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잘못된 생각인 걸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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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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